수원시립미술관, ‘한중록’ 매개展... 나혜석 삽화, 현대 작가까지
수원시립미술관, ‘한중록’ 매개展... 나혜석 삽화, 현대 작가까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9.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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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니 여자라,’展 미술관 기관 의제 ‘여성’ 집중...13인(팀) 총 48점
8일 온라인 선 공개, 9월8일~ 11월 29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매개로한 전시가 수원시립미술관의 개관 5주년 기념전으로 마련된다. 수도권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해 8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된다.

‘내 나니 여자라,’展으로 미술관의 올해 기관 의제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 정서 반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8일 시작해, 11월 29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2015년 10월 8일 개관한 이래 수원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오늘을 위한 의미로 재해석 해왔다. 그 일환으로 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정월 나혜석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및 여성주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 및 수집 기능을 강화해 왔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기능 강화의 맥락과 닿아있다.

‘내 나니 여자라,’展은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동시대적인 정서를 살핀다.

▲나혜석, 저것이 무엇인고,『신여자 新女子』 제2호, 1920(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한중록』 의 내용 중 혜경궁 홍씨가 태어나기 전 태몽이 흑룡이라 사내아이일 줄 알 았았다는 부분이 반영됐다. 기대에 반해 ‘태어나 보니 여자더라’하는 회한 섞인 대목은 여성들이 처한 불합리와 불평등의 의미가 담겼다.

더불어 전시명에 반영된 문장부호 반점(,)은 고정된 여성성에 대한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는 의미가 더했다.

▲이미래,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섬들,2020(사진=수원시립미술관)

이번 전시에는 13인(팀) 작가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 작품에는 흩어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 내 나니 여자라, 에서는 권력과 역사 속에서 그림자, 혹은 약자로 인식되어 온 여성 존재 자체를 재조명한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원류 윤석남(b.1939~)은 목조각 작품을 통해 ‘부계의 전통’의 문제를 제기한다. 장혜홍(b.1961~)은 혜경궁 홍씨의 탄생 285주년을 상징하는 총 285개의 패널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이며, 오화진(b.1970~)은 설치와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여성을 통한 생(生)의 순환을 은유한다. 이은새(b.1987~)는 <밤의 괴물들>(2018~2020) 연작을 통해 고정된 여성상을 전복시키며 익명성, 수동성으로 소비되는 여성의 대상화를 경계한다.

2부 : 피를 울어 이리 기록하나, 에서는 여성들의 표현과 표출, 기록을 다룬다. 남성들이 구축한 역사에서 여성의 언어와 경험은 대체로 공유되거나 전수되지 못했다. 특히 공유와 공감을 매개하는 여성적 표출에 대해 집중한다.

▲임민욱,봉긋한 시간,2020(사진=수원시립미술관)

최슬기(b.1977~), 최성민(b.1971~)으로 구성된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은 196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한중록』 열세 판본을 동시에 읽는 작업 <1961-2020>(2020)을 선보인다.  강애란(b.1960~)은 스스로 빛을 내는 책으로 구성된 <현경왕후의 빛나는 날>(2020)를 통해 역사 기록을 되살린다.

이슬기(b.1972~)는 통영의 누비 장인과 협업해 선보인 누비이불 작품 <이불 프로젝트 U>(2018~2020)를, 조혜진(b.1980~)은 버려진 자개장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매일을 성실히 살아내는 이들의 기억을 보듬는다.

이 중 나혜석(1896~1948)의 작품은 주목된다. 수원 출신의 국내 첫 여성 서양화가인 그는, 변화의 욕구가 휘몰아치는 격변기에 태어난 화자이자 문학가, 여성해방론자로서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삽화가 돼, 여자이기보다 먼저 사람이고자 했던 나혜석의 의지를 전한다.

3부 ‘나 아니면 또 누가,’에서는 여성의 사회, 정치 참여를 둘러싼 시각을 전시 작품을 통해 살핀다. 여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분법을 넘어 연대와 가능성을 모색한다.

▲윤석남, 우리는 모계가족, 혼합 매체, 100x175x255cm, 2018(사진=수원시립미술관)

임민욱(b.1968~)은 삶의 근원적 허무함을 성찰하도록 하는 영상작업과 설치작업을, 이순종(b.1953~)은 진영논리의 구조와 폭력, 순환과 연대에 대해 내용이 담긴 신작을 선보인다. 이미래(b.1988~)원초적인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해, 즉각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제인 진 카이젠(b.1980~, 덴마크)과 거스톤 손딘 퀑(b.1982~, 미국)이 공동 제작한 <여자, 고아, 그리고 호랑이>(2010)는 사회 구조 아래 침묵하도록 강요받은 여성들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ㆍ기지촌 매춘부ㆍ 한국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여성들의 진술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개인의 트라우마와 역사의 간극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전시 담당자는 “여성의 존재와 역사를 동시대 미술로 살펴보고 연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 관람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으로 8일(화) 온라인으로 선 공개된다. 자세한 정보는 수원시립미술관 누리집(http://suma.suwon.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