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장터마당
[정영신의 장터이야기]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장터마당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0.09.15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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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26)

 

1989 전북순창장
1989 전북순창장

요즘 장터에 가면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엄마 따라, 할머니 따라, 할아버지 따라

장터에 나와 붕어빵을 맛나게 먹는 아이가 보였었다.

1990 충북영동장
1990 충북영동장

 

32년 전, 비가오락가락 했던 무더운 여름날 장터에서

만난 아이는 인형을 업고, 인형머리를 만지며 엄마역할을

하며 혼자서 놀고 있었다.

한 시간을 지켜보던 그 아이와 내 눈이 마주쳤다.

부끄러워 살짝 눈을 내리는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불러내면 금방 나올 것처럼 생생하다.

 

1988 전북순창장
1988 전북순창장

요즘 아이들은 부모나 할머니 따라 장구경할 시간이 없다.

학원에 다녀야 하고, 인터넷 게임도 해야 하고,

여기에, 우리말도 이해 못하는 아이들이

외국어까지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놀아야 할 아이들의 시야가

학원과 인터넷과 집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세계를 들여다볼 창이 없는 것이다.

 

1993 전남구례장
1993 전남구례장

이 광대한 울타리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직접 부딪치고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모습이 마치 노래하는 인형 같고,

말하고 움직이는 마네킹 같아 안쓰럽다.

 

1992 전남담양장
1992 전남담양장

내가 어렸을 적에는 평범하고, 초라하고, 촌스러웠지만

온천지가 자연학습장이었다.

봄이면 있는 그대로 피는 꽃이 만발했고,

여름이면 개울가 흐르는 물에서 시간을 공부했고,

가을이면 산과 들에 있는 색으로 그림공부를 했고,

겨울이면 뒷동산에서 동무들과 썰매를 타며 사회를 배웠다.

 

1987 전북순창장
1987 전북순창장

매일 해가 지고 떠오르는 것을 보는 그 자체로

나도 자연 속에 속한 한사람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