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함준의 글로벌리포트]한국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하여
[이함준의 글로벌리포트]한국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하여
  • 이함준 라메르에릴 이사장/전 국립외교원장
  • 승인 2020.09.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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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함준 라메르에릴 이사장/전 국립외교원장

지난 7.1자 뉴욕타임스는 국제판 문화면 전면에 “현대 한국미술의 상쾌한 개관(A bracing overview of modern Korean art)”이라는 제하에 1953년 이후 한국미술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오늘의 한국은 문화적 소프트파워의 챔피언이며,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라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파이돈(Phaidon) 출판사에서 나온 ‘1953년 이후 한국미술(Korean Art From 1953)’의 주요 내용과 민정기 화가의 1981년 작 ’포옹‘ 등 주요 그림을 크게 소개했다. 또한 “지난 세기에 한국이 이념의 대결장이었다면 오늘의 한국예술가들은 비교할 수 없이 세계화된 나라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한국미술을 높이 평가하는 보도를 했다.

한국은 5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이어온 문화국가인데 지난 수 십년 간 산업화, 민주화라는 국가적 과제에 함몰되어 우리 스스로가 한국문화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했던 때문에 해외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수 십년 전 정경화, 정명훈 등의 활약으로 클래식음악 분야에서 예술적, 음악적 우수함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음악이 ‘세계보편적 언어’로서 그 자체로 평가되고, 연주되는 것이기에 가능했다.

이후 유명한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많은 젊은 음악가들의 활약으로 한국 클래식음악에 대한 서양의 관심은 증폭되었고, 급기야 퀸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리는 벨기에의 최대공영방송은 2011년에 한국에서 한국의 음악적 성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취재, 제작, 방송하였다. 그러나 취재팀은 한국의 음악적 성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리 음악가들의 ‘창의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에 한 면에 걸쳐 소개된 한국미술 소개 기사

이제 클래식음악에서 한국은 수년전부터 K-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문화, 역사와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창작곡을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연주함으로써 우리의 음악을 알려왔는데, 이는 한국의 음악가들이 단순히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적인 클래식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하는 신선한 시도로서 한국음악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학도 2016년 작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수준 높은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의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는 한국문학의 전환점으로 평가되었다. 한국미술도 미술전문가나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적으로 상당한 평가를 받아왔으나, 이번 뉴욕타임스 보도는 우리나라 작가와 큐레이터들이 세계적인 미술전문출판사 파이돈에서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책자를 출판, 소개하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1세기 정보통신기술의 시대에는 문화가 국력이며, 소프트파워이고, 문화예술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실 한국처럼 오랜 역사 속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 남북분단, 한국전쟁, 급속한 경제발전과 완전한 민주화를 경험하고, 이제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세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뉴욕타임즈 온라인 판에 실린 한국미술 소개 기사
▲뉴욕타임즈 온라인 판에 실린 한국미술 소개 기사

우리 문화를 세계적으로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이를 영어를 비롯한 주요 외국어로 번역 소개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대산문화재단이 우리 문학의 번역, 연구, 출판 지원사업으로 한국문학을 해외에 널리 알리려는 시도는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미술은 얼마 전까지 해외의 유수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중국, 일본 미술과 같이 취급되어 온 경우가 많았고, 전시실이 중국이나 일본 미술 전시실보다 규모나 내용면에서 빈약하였다.

한국미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외국의 미술관에서 일하는 한국미술 전문 큐레이터 양성과 한국미술사 및 미술작품의 외국어 번역 소개 등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해외의 주요 미술관과의 교류도 중요하다. 그리고 해외의 유수한 미술관에서 우리 K-클래식 음악회 개최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도 바람직하다. 우리의 문화적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한국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주요과제로 삼고 이를 적극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