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예당’, 밀레니얼 세대 위한 준비 필요”
[Culture Interview]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예당’, 밀레니얼 세대 위한 준비 필요”
  • 인터뷰 정리/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ㆍ사진 김재성 작가
  • 승인 2020.09.18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 극장,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 찾아야
문체부 조성 모험콘텐츠에 기관 출자자 참여
‘스테이지 무비’, 공연ㆍ영화의 시너지 효과 기대

[인터뷰 정리/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 지난해 11월, 뮤지컬 <웃는 남자>는 무대가 아닌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오페라의 유령>, <빌리 엘리어트> 등 해외 공연 실황을 보기 위해 온갖 OTT 플랫폼을 사용하는 국내 관객들에게 창작 뮤지컬 스크린 상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웃는 남자>의 스크린 정식 상영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보다 많은 시민이 우수한 예술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국내 문화 예술기관 최초로 예술의전당에서 추진한 ‘싹온스크린(SAC on Screen)’과 메가박스 ‘클래식 소사이어티’의 합작 프로젝트였다. <웃는 남자> 스크린 상영은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공연 실황 콘텐츠 유료 상영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술의전당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싹온스크린’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인택 사장은 ‘스테이지 무비’를 통해 공연 영상화 사업 트랙을 확장하고 있다.

사실 유인택 사장의 임용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영화와 뮤지컬 제작자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대중예술인을 순수문화를 진흥시켜야 하는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앉힌 것은 오페라ㆍ무용ㆍ미술ㆍ서예 등 기초 예술 사업의 위축으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순수예술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은 기관의 설립 목적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프로듀서 1세대’인 그가 바라보는 공연예술의 미래는 역시 ‘영상화’였다. 생동감이 생명인 현장예술을 기록예술로 시장에 내놓겠다니,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유인택 사장은 공연 수익 확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에 사업 추진을 계속했다.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김재성 작가

그리고 코로나19로 벌어진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만큼 공연예술의 온라인 시대는 가까워진 현재, 공연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연 영상화 사업’은 위기 상황 속 돌파구로 이어지고 있다. 유인택 사장은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이야말로 수익의 확장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한다. 큰 비용과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하는 작업들은 민간에서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선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유 사장의 설명이다.

전국의 250개 공공 극장이 공공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하게 재원 조달 방안을 찾길 바란다는 유인택 사장은, 공연 투자펀드와 모험 콘텐츠펀드 등으로 부족한 국고보조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임기의 중간 점을 지나고 있는 유인택 사장을 만나 코로나19 상황 속 공공극장의 역할과 시대의 흐름 속 문화예술 변화의 방향성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8월 초에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했다.

최근 예술의전당 연못 무대, 콘서트홀 지하 소공연장, 다목적홀, 미래아트홀 등을 만들었다. 공연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공간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공극장은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무대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재 예술의전당의 재원은 여유롭지 않지만, 방법은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유휴 공간 활용이다. 

예술의전당 대형 음악당은 문턱이 높다. 대관료뿐만 아니라 심사 통과 및 선정도 까다롭다. 1년에 리사이틀홀 대관 신청자 중 탈락자가 1,000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전당으로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기에, 이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너무 높은 문턱은 장벽이 되어 신진 청년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만든 공연장은 기존의 음악당에 비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음악당 지하에 오픈될 100석 규모의 인춘아트홀도 공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개인기부 10억 원으로 시작된 인춘아트홀은 객석 의자 제조업체 혜성산업의 의자 기증으로 완공될 수 있었다. 해마다 음악당 대관에 어려움을 겪었던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무대를 제공하고, 신진 청년ㆍ소외 계층 예술가 무대 등 공공성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유휴 공간 활용의 중요성은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부분이다. 지난해 서예박물관에서 진행한 ‘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전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본지에서 박물관 성격과 맞지 않는 전시라는 비판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었다. 영화 포스터에 붓글씨 타이틀 등 서예와 연관성 있는 작품이 많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조명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서예의 사회성과 가치를 높이며, 서예계와 영화계의 이목을 동시에 끌 수 있는 뛰어난 전시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최초의 전시 개최 취지는 좋았으나 구성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취임하자마자 공간이 비어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냥 비어있는 채로 두어도 됐겠지만,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마침 작년이 한국영화 100주년이었기에, 포스터 전시사업을 떠올리게 됐다. 전시 포스터가 하나의 시각 매체인데 그 안의 텍스트 문자들이 100년을 지나면서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을 서예와 연계해 구성하고자 했다. 예산도 전혀 마련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초기에 생각했던 전시 취지와는 맞지 않은 부분이 생겼던 것 같다. 

▲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 전시장 전경(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 전시장 전경(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013년도부터 진행해온 SAC on Screen은 공연 영상화의 선두주자 격이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 상영, 스테이지 무비 등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3년부터 전임 고학찬 사장은 ‘공연 영상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시 공연계 내에서는 비판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공연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면 누가 직접 보러오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영상을 보고 나면 무대를 직접 보고 싶어지리라 생각했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은 수익이 확장되지 못하는 부분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공연은 공공지원금과 입장 수입만 갖고 운영하지 않나. 부가 수익의 장을 열지 않으면 계속해서 공공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적자의 연속성을 끊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드는 이 작업을 민간에서 확신 없이 시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업일수록 공공기관에서 선례를 보여야 한다. 예술의전당은 이전부터 공연 영상화 사업을 선도적으로 진행해왔고,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함이다.

원작의 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원작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진화된 창작 개념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공연계와 영화계의 전문 인력이 만나 발생할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공연계는 수익을 다변화하고 영화계는 좋은 기술과 역량을 지닌 인력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영화관에서 상영한 ‘SAC on Screen(싹온스크린)’ 시리즈, 뮤지컬 <웃는 남자>와 ‘스테이지 무비’의 차이는 무엇인가?
‘싹온스크린’이 공공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스테이지 무비’는 상업성이 주가 된다. 유료화하고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것, 대중의 보편적 흥미가 ‘스테이지 무비’의 메인 콘텐츠이다.
싹온스크린은 말 그대로 공연 실황을 영상화한다. 러닝타임이 100분이라면 100분 동안 카메라 각도를 달리해서 촬영하고, 부가적으로 배우 인터뷰ㆍ분장실ㆍ백스테이지 등을 추가로 보여준다. 반면, 스테이지 무비는 철저히 모니터가 플랫폼이다. 컴퓨터ㆍTVㆍ스마트폰 등 화면을 통해 소비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편집과 각색이 있다. 더불어 추가 촬영도 필요로 한다. 무대 예술 장르에서 발생하는 표현의 한계를 영상/음향 기법으로 보완한다. 영상으로 소비하기 위해서는 실감이 필요하므로, 추가 촬영을 통해 공연 영상에 더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 전반이 공연 실황 영상 ‘싹온스크린’과 무대 공연을 영화화하는 ‘스테이지 무비’의 차이를 만든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와 ‘미디어 사업협력’ MOU를 체결했는데,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싹 온 스크린’ 시리즈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MOU 체결 당시 공연 대상 실감형(VR) 콘텐츠 공동 제작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부분의 진행 상황은?
같은 선상이다. LG유플러스와의 미디어 사업협력은 다양한 공연 콘텐츠 그중에서도 우리가 강한 클래식 쪽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비단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과의 콘텐츠 공유 가능성은 열려있다. KT, SKT,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우리의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한다.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의 인터뷰 모습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의 인터뷰 모습ⓒ김재성 작가

공연의 3요소에 절대 빠져선 안 될 것이 바로 ‘관객’이다. 다른 어떤 예술 장르보다 공연은 관객의 참여가 중요하다. 공연예술의 영상화에 앞장서고 있는 입장에서, 또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공연 영상화와 공연예술의 현장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 속에 놓여있지만,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무관중ㆍ온라인 공연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 공연이 점차 하나의 문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이 여러모로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실황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와 감동이 있는데,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온라인 공연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의 대체재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성장하길 바란다. 오프라인 공연에 온라인이 더해져 무대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고, 시간적ㆍ지리적 장소의 한계를 온라인이 해결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궁금하고 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못 보는 경우를 온라인이 해결해 준다. 또 그것이 오프라인 공연 흥행에 도움도 될 수 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공연이 무대, 오프라인 한쪽으로만 치우치기보다 그것을 잘 해내는 동시에 온라인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것이 오프라인 창작 선순환으로 도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영상으로 촬영할 작품을 선정한 후, 공연 제작진과 이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영상 출연 배우 또한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며, 촬영에 대한 추가 개런티를 지급한다. 수익이 발생할 경우 제작진과 배분한다. 작품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응당 그 작품에 대한 지분이 있는 것이다. 얼마만의 시도 끝에 어느 정도의 수익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원래 벤처 투자라는 것이 10개 중 1, 100개 중 1 성공을 노리는 것 아닌가. 기대치와 비전이 더해졌을 때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다. 예술 행위를 통한 경제적 소득이 그동안의 고생을 달래고 향후 창작을 위한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말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시도를 한 것이다.

유인택 사장의 집무실. 책상 위와 화이트보드 위가 자료들로 가득하다.
유인택 사장의 집무실. 책상 위와 화이트보드 위가 자료들로 빼곡하다.

지난 5월 직원 급여도 못 줄 정도로 적자라고 여러 곳에 호소한 것으로 안다. 그 부분은 어떻게 해소가 됐는가. 
올해 예상 손실액이 70억이다. 그동안은 현금흐름이 있었는데 7월부로 예술의전당 통장은 마이너스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 사업 투자는 어떻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

지금 언급한  ‘모험콘텐츠 펀드’는 지난 7월 29일, 공공문화예술기관 최초로 예당이 참여 소식을 알렸다. 창작공연예술 분야 발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개발 사업에 향후 6년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올해 문체부가 815억 규모의 모험콘텐츠 펀드를 조성했다. 그중 우리는 이수창업투자의 모험콘텐츠펀드(215억가량)에 주주로 참여해, 공공예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펀드의 투자 기간은 6년이다. 예술의전당이 6년 동안 예술 사업을 하거나, 초청 공연을 할 때 그 비용이 부족하다면 재원(자금)을 그 펀드로부터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 대표 케이스가 지난 1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여자만세2>이다. 예술의전당 창작키움프로젝트 2탄으로 일신창업투자주식회사로부터의 1억 2,000만원을 투자받고 극단 휴먼비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성한 1000만원, PPL(Product Placement) 2000만원 그리고 예술의전당이 투자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10% 넘는 수익이 발생해 예술의전당(35%)과 공연 투자 펀드(35%), 극단(30%)로 각각 수익금을 배당 받았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의 총제작비가 1억 2천만 원이었는데, 스테이지 무비 버전을 제작할 때 같은 돈이 들었다. <늙은 부부 이야기>는 2인극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제작비가 쓰였지만, 더 큰 규모의 스테이지 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3억 원은 들 것이다. IPTV나 OTT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스테이지 무비는 추후 적극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무대 공연에 영화문법을 더한 ‘스테이지 무비: 늙은 부부 이야기’(사진=예술의전당)
▲무대 공연에 영화문법을 더한 ‘스테이지 무비: 늙은 부부 이야기’(사진=예술의전당)

펀드의 단기적 계획과 장기적 목표가 궁금하다
좋은 아이디어, 꼭 필요한 사업을 위한 투자의 길이 열린 것이다. 공공부문에서의 펀드 조성은 첫 사례이다. 예술의전당이 앞장서서 해 보이는 시도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공공극장이 변하지 않을까 싶다. 예술인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주 임무인데, 그것을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펼 수 있겠다는 장점을 예상한다.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다. (공공극장은) 재원과 회계의 경직성, 그리고 늘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이러한 문화와 풍토가 바뀌어야, 그나마 전국의 250개 문예회관을 포함한 공공극장, 문화재단의 예술사업 진행 환경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예술의전당 국고 보조율은 2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나머지 75%인 320억을 대관료, 임대료, 주차 수입료, 아카데미 수입금 등으로 벌어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극장으로서의 예술 사업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다. 그래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후원, 협찬도 있겠지만 문화 콘텐츠 펀드라는 좋은 재원이 있었기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결국, 모든 게 돈으로 귀결된다. 대부분 프로그램/프로젝트 실패 원인은 예산 부족이다. 마침 내가 펀드 매니저 출신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조성하는 문화 콘텐츠펀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다. 많은 분들이 그동안 몰라서 외면했던 자금 조달 부분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자 한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특강이 필요해 보인다(웃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문예회관 경영자 아카데미 특강을 열었다. 전국 대표자 약 30명이 왔다. 그리고 여러 지역의 문예회관들이 내년 공연 펀드, 모험콘텐츠 펀드가 조성될 때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예술의전당 전시는 전시 기획사의 기획전시 혹은 대관 전시를 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람객이 적어지고, 일정 변경 등으로 개인 및 기획사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당시 피해 상황과 지원책이 있었나?
재원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 금전적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나, 대관료 감면과 청년미술상점 운영 기획 등으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청년미술상점은 지난 5월 신설된 사업으로, 국내 청년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다. 공간은 무상으로 제공되며, 판매금은 모두 작가에게 돌아간다. 코로나19로 침체되어 있는 신진 청년작가들에게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전시 기회를 선사함으로써, 성취감과 활력을 주고자 했다. 전시는 작가당 일주일 씩 진행되며, 수익은 100~200만 원씩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평소 작가의 진품을 멀게만 생각했던 관람객들에게도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관객들이 적극적인 참여가 전시의 의미를 더했다. 앞으로 이것을 더 발전시킬 방안이 있나?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작년부터 손잡고 미술작가를 지원한다. 예경에서 지원 선정한 전국 신진 청년작가들이 플랫폼 공간인 우리 쪽에서 전시하는 거다. 이러한 지원의 연계 또한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김재성 작가

예술의전당은 예술을 담는 그릇 아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술이 나아갈 방향, 예술의전당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예술의전당은 좋은 조건의 온실 속에서 30년을 살았기 때문에 내 임기 동안은 잔소리하기로 작심했다.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재원이다.
지금처럼 재원이 취약하면, 국가대표 공공극장으로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오페라 클래식 전당으로서의 예술의전당을 지켜나가기가 어려워진다. 공공지원이든 기부든 여러 방면으로 충당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실 3년 임기는 짧기 때문에, CEO가 모든 것을 해결하긴 어렵다. 파악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리고 아직도 파악 못 한 게 많다. 결국은 직원들의 사명감, 의무감, 책무와 경영 부분의 해결이 더해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서울문화투데이 독자들에게 한 마디.
국가대표 공공극장 예술의전당은 국민의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걸맞는 예술의전당이 되도록 관심 갖고 도와주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