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언택트시대, 공공 조명에 대한 기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언택트시대, 공공 조명에 대한 기대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0.09.18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빈센트 반 고흐가 본격적으로 그림공부를 하기 시작한 1883부터 1885까지 머물렀던 네덜란드의 뉘넨 NUenen 은 반 고흐의 마을로 알려진 작은 마을인데, 2017년 독특한 자전거길로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도시디자이너 Daan Roosegaarde가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하였다가 밤에 빛을 내는 특수도료를 이용하여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을 자전거 도로 위에 연출되도록 한 것이다. 이 은은한 빛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안전할 수 있는 밝기를 제공하며, 눈부심도 없을 뿐 더러 주변 자연환경의 어둠과도 좋은 조화를 이루어 이 길을 이용한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험이었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런던의 Queen Elizabeth Olympic Park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열린 광장으로 쓰였던 공간을 산책로로 변경한 것으로, 이 공간을 비추기 위해 조명디자이너 Spiers + Major가 아주 특별한 조명계획을 제안하였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산책로를 비추는 폴타입의 조명기구 대신 직경 90cm, 56개의 구체를 매다는 방법을 계획하였는데 거대한 구에 서로 다른 크기로 800개의 구멍을 뚫고 각각 다른 렌즈를 장착한 엘이디를 끼워 넣어 빛을 내도록하였다.

또한 구의 외피는 메탈재질로 하고, 내부는 초록, 파랑색으로 페이팅하여 빛이 받아 오묘한 색으로 보여지도록 디자인하였고, 비추어지는 빛은 태양이 드리워진 나무를 비추며 그늘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효과를 지면에 연출하는데 그 밝기는 초저녁부터 심야시간까지 15~ 10lux로 조정되도록 프로그래밍 하여 일몰 후 드리워지는 어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이렇게 어둠과 밝음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에서의 산책을 사람들은 특별하다고 이야기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2006년 완공된 밀레니엄 파크는 초고층 건물이 빼곡한 시카고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공원으로 문화와 예술의 거점으로서의 공공공간을 표방하며 계획되어졌다고 한다. 이 공원을 시카고의 랜드마크로 만든 두개의 공공조형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거대한 아니쉬 카푸어의 콩 모양의 조형물 cloud gate 이고 또 다른 하나가 하우메 플렌사의 크라운 분수일 것이다.

이 중 크라운 분수는 특별히 시카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15m 높이 2개의 마주보는 타워가 유리블록 마감면 내부에 엘이디 스크린을 내장하고 있어 시카고 시민의 얼굴을 13분 간격으로 바꾸어 표출한다. 조명 작품이라 역시 낮보다는 밤에 보는 것이 훨씬 그 감흥이 더한데, 이따금씩 입에서 뿜어내는 물로 주변 바닥은 거울 면이 되고  아마츄어 행위 예술가들이 물을 차 올리며 전위적인 공연을 펼치기도 해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뜻하지 않는 공연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실내공간에 모이는 것이 금지되고 언택트가 일반화되어 가는 시대를 살다보니 그 어느 때 보다 도시의 열린 공간들에 대한 이용과 기대가 늘어간다.

한강시민공원을 비롯해서 양재천, 서울숲, 성동 송정둑길, 송파 랑도네 둘레길, 월드컵공원 순환길, 홍제천 산책길 등등 자치구마다 지형적 특성이나 사회적인 의미를 담아 랜드마크가 될 만한 공간을 개발하여 지역 주민에게는 휴식을 제공하고, 자랑거리가 되도록 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공간들의 야간의 모습이다. 풍부한 자연경관을 담고 있어 인공조명을 최소화 하느라 적정한 밝기가 확보되지 못했거나 설치된 조명의 광원이 밝기나 빛퍼짐 그리고 조명의 색 등, 질적으로 적정하지 않은 사례도 자주 눈에 뜨인다.

서울은 도시조명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매우 앞선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렇게 시민, 구민들이 즐겨 찾는 공공 공간에서 보여지는 야간의 모습은 아직은 매우 안타까운 수준이다.

자연의 생장과 사람의 안전과의 조화 그리고 나아가 삶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조명계획은 도시 조명 전문가 뿐 아니라 문화, 예술, 과학 그리고 인문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세심하게 계획되어져야 하며, 이에 대한 경제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그냥 걸을 수 있는 정도의 산책길이 아니라 걸으며 위로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의 공간이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