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부부/함민복 시인(1962~)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부부/함민복 시인(1962~)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9.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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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함민복 시인 (1962~)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