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축이는 새
이만주 시인
마셔야 산다
목을 축인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이다
살아 있음이다
달고 단, 물 한 모금
얼마나 돌고 돌아, 예 왔을까
10년 전, 바이칼 호수의 물이
100년 전, 대서양의 물이
1000년 전, 천산산맥의 눈이
수증기 되고
구름 되어 떠돌다
이곳에 와
비로 내렸는지도 몰라
강렬한 볕으로
소음이 잦아진 텅 빈 오후
새 한 마리가
공원 수조에서
물 한 모금 쪼고 있다
- 캘리포니아 몬트레이(Monterey)에서
저작권자 © 서울문화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