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음
천상병 시인(1930∼1993)
멀 잖아
北岳에서 바람이 불고
눈을 날리며 겨울이 온다.
그날,
눈 오는 날에
하얗게 덮인 서울의 거리를
나는 봄이 그리워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이러한 <다음>이 있었다.
이 새벽.
이 <다음>.
이 絶對(절대)한 不可抗力(불가항력)을
나는 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내일,
나의 느린 걸음은
불보다도 더 뜨거운 것으로 變하고,
나의 희망은
怒濤(노도)보다도 바다의 全部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를, 이 세계에 줄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음>은,
눈오는 날의 서울의 거리는,
나의 세계의 바다로 가는 길이다.
천상병의 <다음>전문. ‘신작품’ 제 7집(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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