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다음/천상병 시인(1930∼1993)
[아름다운 우리 시]다음/천상병 시인(1930∼1993)
  • 진보연 기자
  • 승인 2019.02.13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 음 

                       천상병 시인(1930∼1993)

멀 잖아
北岳에서 바람이 불고
눈을 날리며 겨울이 온다.

그날,
눈 오는 날에
하얗게 덮인 서울의 거리를
나는 봄이 그리워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이러한 <다음>이 있었다.

이 새벽.
이 <다음>.
이 絶對(절대)한 不可抗力(불가항력)을
나는 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내일,
나의 느린 걸음은
불보다도 더 뜨거운 것으로 變하고,

나의 희망은
怒濤(노도)보다도 바다의 全部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를, 이 세계에 줄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음>은,
눈오는 날의 서울의 거리는,
나의 세계의 바다로 가는 길이다.

 
천상병의 <다음>전문. ‘신작품’ 제 7집(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