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강민 시인 (1933~)
그대 떠난 지 몇해인가
밤마다 꿈길 열어놓고 기다리는데
그대 좋아하던 들꽃길 다듬고 기다리는데
오늘도 기다리는 그 길에는
어디선가 날아오는 꽃잎만 날려 쌓이고
길은 비어 있다
그대 떠난 후
불현듯 걸려올 것만 같은 그대 전화 기다리며
내 휴대전화는 한번도 전원을 끄지 않고
잠결에도 못 받을까 걱정되어
머리맡에 놓고 기다리는데
어제도 오늘도 전화는 울리지 않는다
요란한 화신만 분분한 봄날
그대는 내 휴대전화기 바탕화면에서만 웃고 있을 뿐
내 슬픈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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