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아네스의 노래/이창동 영화감독
[아름다운 우리 시]아네스의 노래/이창동 영화감독
  • 진보연 기자
  • 승인 2019.05.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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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영화감독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젠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나의 오랜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