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세종 국제공항’으로 명명해야
인천공항 ‘세종 국제공항’으로 명명해야
  • 이의진 기자
  • 승인 2008.12.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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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미지 핵심키워드, 이름 짓기가 결정

최근 글로벌화 되어 가고 있는 국제 정세에 맞추어 한국의 문화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최로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2008 개원기념 문화관광 심포지엄’에서 성균관대 김정탁 교수는 ‘문화이미지 강화’ 차원으로 인천공항은 ‘세종 국제공항’으로 영종대교는‘Gateway Bridge’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화랑 월드컵경기장’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한국의 주요 건물과 거리, 장소 등의 이름이 지나치 게 기능적 차원에서 지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중 국립박물관, 국립민속극장, 국립 의료원, 국립극장, 국립수목원 등 우리가 쉽게 부르고 있는 이름은 국가에서 만든 공공건물이라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기능적 차원에서 붙여진 것이며, 그 이상의 부가적인 의미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인천공항의 경우 우리나라가 21세기를 여는데 동북아시아의 중심지로서 태평양을 연결하는 허브공항의 역할이 가장 기대되는 곳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 나라들은 허브공항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프랑크푸 르트가 허브공항으로서 위치를 굳히고 있고 이는 독일경제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 우리나라가 문화이미지를 강화하고 문화의 세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면 영종도 신공항을‘세종 국제공항'으로 명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는 아직 허브공항의 선점이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의 영종도 신공항을 비롯해 일본 동경의 나리타공항, 최근 해안을 매립해서 만든 오사카간사이공항, 중국은 상하이의 푸동공항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영종도가 동경, 오사카, 상하이의 공항에 비해 지정학적 이유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기호의 시대’에 있어서 영종도 신공항의 커뮤니케이션적 부가가치도 한 껏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영종도 신공항이 어떤 식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한국을 상징하는 으뜸가는 기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항의 이름은 기호적 가치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세계의 유수 공항들은 유명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고 있다.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 런던의 히드로 공항, 파리의 드골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드 다빈치 공항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들 공항에 착륙할 때 명명된 사람들의 이름을 연상하면서 그 도시의, 또는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기호가 갖고 있는 ‘힘’ 이다.

따라서 영종도 신공항은 마땅히 ‘세종 국제공항’으로 명명돼야 한다. 영어로는 ‘킹 세종 인터내셔널 에어포트’인데 이는 외국인들이 부르기 쉽고, 발음하기도 좋다.

사실 언어는 문화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고서 문화를 가정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면, 또 우리나라가 문화의 세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면 영종도 신공항은 마땅히 ‘세종 국제공항’으로 명명돼야 할 것이다.

또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구간 중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장도)과 중구 운북동( 영종도)을 연결하는 황해 횡단 다리인 영종대교는 ‘Gateway Bridge’로 바꿔야 한 다.

이곳은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며 역사적으로 고려시대 상인들이 중동까지 진출하여 활발한 무역활동을 벌였던 지리적 요충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화랑 월드컵경기장’으로 명명돼야 한다. 지난 한 일 월드컵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킨 중요한 계기가 됐고, 매 경기마다 세계인들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됐다.

하지만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상암’이라는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칠 뿐, 이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징적 가치는 전혀 없다.

무엇보다 화랑이라는 명칭이 ‘킹 세종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Gateway Bridge ’와 더불어 한국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이름은 단순히 실체를 규정하고 반영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역사적 사실이나 함축적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능적 가치보다는 상징적 가치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요즈음 문화마인드에 입각한 ‘이름 짓기'는 세계화로 향하는 주요한 바로미터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의진 기자 luckyuj@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