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프리뷰]반려견과 애견인, 모두의 미술관... ‘개방과 환대’ 범위 어디까지?
[전시 프리뷰]반려견과 애견인, 모두의 미술관... ‘개방과 환대’ 범위 어디까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9.2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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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展, 9.25 온라인 선공개...10.25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에 반려견이 침투했다“ 

미술관의 ‘개방과 환대’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展으로 이제껏 미술관에 온 적 없던 반려견도 전시 관람을 할 수 있다. 미술관이 인간의 공적 공간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진정 ‘모두를 위한 미술관’으로 넓히기를 시도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연장에 따라 미술관은 휴관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는 25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조각품 사이 사이를 지나, 공간을 자유롭게 질주하는 반려견 모습

반려동물을 공적 공간에 데리고 가는 일이 한국에선 흔하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정의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아니고, 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사적인 영역으로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 의도에 대해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인간 중심적 광장인 미술관에 인간 외 다른 존재인 개를 초청하는 다소 황당한 기획을 통해 또 다른 실천을 제안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반려견과 관람객이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됐으나 코로나 19로 전시가 미뤄졌다”라고 했다.

미술관 문화 접근성 향상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가족 구성원과 공동체의 일부인 반려의 의미, 미술관의 개방성과 공공성의 범위ㆍ공적 공간에 대한 정의 등을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김경재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2020, 혼합재료, 가변크기. 전시된 가구에 앉아 있는 반려견 모습

전시 기간 미술관 공간 일부는 개와 그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 돼, 반려동물이 공적 장소에서도 가족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아울러 인간 중심의 미술관의 확장 범위와 비인간(non-human)을 어디까지인지를 실험한다.

전시는 수의사ㆍ조경가ㆍ건축가ㆍ법학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에 의해 말 그대로‘개를 위한’ㆍ‘개 중심’으로 구축됐다.

▲유승종, 모두를 위한 숲, 2020, 혼합재료, 가변크기. 전시된 작품을 즐기는 반려견 모습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도구를 야외에 설치해, 개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했고, 근시에 적녹색맹인‘개’를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만들어진 조형물과 높이가 낮아 인간은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한 썰매견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풀어낸 작품ㆍ식물과 자연을 전시장을 옮기는 등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전시에는 참여 작가 13명(팀)의 설치, 사진, 영상, 퍼포먼스 25점과 영화 3편을 확인 할 수 있다.

▲정연두,토고와 발토 – 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2020, 애견사료, 혼합재료, 156x133x99cm. 작품의 냄새를 맡는 반려견 모습

전시는 ‘인류세-광장’ㆍ‘고통스러운 반려’ㆍ‘소중한 타자성’ㆍ‘더불어 되기’ㆍ‘자연문화’‘움벨트(Umwelt, 자기중심적 세계를 의미)’와 같은 주제어로 구성됐다.

퍼포먼스는 인간중심적인 상태를 벗어나 다른 무엇이 되기(becoming)를 시도하는 김정선x김재리의 ‘신체풍경’ㆍ 반려 로봇 아이보(Aibo)와 미술관을 산책하는 남화연의 ‘Curious Child’ㆍ사물인터넷 기기 여러 대가 주고받는 소리를 개와 사람이 함께 듣는 다이애나밴드의  ‘숲에 둘러서서’ㆍ반려조(앵무새)와 사람이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양아치의 ‘창경원 昌慶苑’ 등 신작이 공개된다. 또한 관람객과 반려동물에게 저녁 식사 재료를 제공하는 박보나의 ‘봉지 속 상자’도 진행될 예정이다.

스크리닝 프로그램은 ‘개, 달팽이 그리고 블루’라는 제목의 영화 3편이 상영된다.

▲김세진(한국) '전령(들)', 2019, 단채널 3D 모션 그래픽 비디오, 52초, 반복재생. 소련이 우주 궤도 진입을 위해 발사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진 모스크바의 이름 없는 빈민가의 떠돌이 개를 보냈다. 작품은 그 개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오는 25일(금) 오후 4시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온라인에 선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전시를 기획한 성용희 학예연구사의 전시설명, 참여 작가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작가들의 개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달 2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