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벌초/권희경 시인
[아름다운 우리 시]벌초/권희경 시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19.08.28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벌초

 

                                       권희경 시인
  

볕이 있는 곳으로 
새벽 구슬을 
옷과 나무에 달고 
나무 풀 섶을 헤치며 
길을 내며 산에 오른다.
산비둘기 소리에 잠시 서고 
풀 벌레들 화음 퍼지고 
소나무 사이 햇살이 깊어진다.
이 길을 
작년 이 때

아버님과 함께 ㄱ자 낫을 들고 
이 자리에 섰었다.
손바닥 같은 고사리 풀
버티고 선 억새풀 
새 순 돋은 싸리나무
듬성한 잔디와 들풀들이 아롱지기만하다.
이제 홀로서기 된
아버지와 아들이
ㄱ자 낫으로 껴안는다.
가슴 속 수문이 열리고
각인된 오늘이 
흘러내린다.

 

*작가 소개: 한국문학 등단. 숨 동인, 동률 동인, 해바라기 동인.
홍익대대학원 최고위미술과정,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과정, 서정주 시인학교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