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권희경 시인
볕이 있는 곳으로
새벽 구슬을
옷과 나무에 달고
나무 풀 섶을 헤치며
길을 내며 산에 오른다.
산비둘기 소리에 잠시 서고
풀 벌레들 화음 퍼지고
소나무 사이 햇살이 깊어진다.
이 길을
작년 이 때
아버님과 함께 ㄱ자 낫을 들고
이 자리에 섰었다.
손바닥 같은 고사리 풀
버티고 선 억새풀
새 순 돋은 싸리나무
듬성한 잔디와 들풀들이 아롱지기만하다.
이제 홀로서기 된
아버지와 아들이
ㄱ자 낫으로 껴안는다.
가슴 속 수문이 열리고
각인된 오늘이
흘러내린다.
*작가 소개: 한국문학 등단. 숨 동인, 동률 동인, 해바라기 동인.
홍익대대학원 최고위미술과정,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과정, 서정주 시인학교 수료.
저작권자 © 서울문화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