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집
마선숙 시인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큰 바람에 끄떡없는 집
어느 우주 한 귀퉁이를 단단히 옭아 맸을까
낡은 아파트 계단과
담쟁이 맥문동 사철나무 가지에
집을 걸어둔 저 작은 목수
이슬에 반짝이는 투명한 집
명주실 보다 아름다워
가늘고 견고한 너의 일생을
차마 걷어낼 수 없구나
그래도 산 입에만은
거미줄 치지 말아다오
허공에 층층이 집 한 채 짓고
한 목숨 살아내야 한단다
*시집 『저녁, 십 분 전 여덟 시』 중에서
마선숙 시인은 60이 넘은 나이에 등단과 만학의 꿈을 이루었다. 문예진흥원 주최 제20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장원, <시와 문화>(시), <불교문예>(소설) 신인상으로 각 각 등단.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과 '21세기 우수인재상', 숭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서울문화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