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거미의 집/마선숙 시인
[아름다운 우리 시]거미의 집/마선숙 시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5.13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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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집


                                       마선숙 시인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큰 바람에 끄떡없는 집
어느 우주 한 귀퉁이를 단단히 옭아 맸을까

낡은 아파트 계단과 
담쟁이 맥문동 사철나무 가지에
집을 걸어둔 저 작은 목수

이슬에 반짝이는 투명한 집
명주실 보다 아름다워
가늘고 견고한 너의 일생을
차마 걷어낼 수 없구나

그래도 산 입에만은
거미줄 치지 말아다오

허공에 층층이 집 한 채 짓고 
한 목숨 살아내야 한단다

 

*시집 『저녁, 십 분 전 여덟 시』 중에서
마선숙 시인은 60이 넘은 나이에 등단과 만학의 꿈을 이루었다. 문예진흥원 주최 제20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장원, <시와 문화>(시), <불교문예>(소설) 신인상으로 각 각 등단.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과  '21세기 우수인재상', 숭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