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한국음악의 본질적 가치, 창신(創新)의 정신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한국음악의 본질적 가치, 창신(創新)의 정신
  • 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0.10.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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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올해 빌보드차트 1위를 한 BTS의 다이너마이트와 우리 전통의 소리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음악그룹 악단광칠과 이날치의 노래들을 아주 재미있게 듣고 있다. 고대 우리 민족의 역사 문화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00년 전 중국 진나라의 진수
(陳壽)가 쓴 『삼국지위서동이전(三國志魏書東夷傳)』이다.

이 문헌에는 부여(扶餘), 고구려(高句麗), 예(濊), 삼한(三韓) 등 우리 민족을 연구한 중국인의 눈에 가장 특이하게 비추어진 것이 쓰여져 있다. 그것은 바로 남녀노소 누구나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래방문화와 지상파 방송 등 각종 다양한 노래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 민족이 얼마나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민족인가를 알 수 있다.

악가무에 특히 발달 되어 있는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 DNA는 오늘날 K-POP 이라는 음악 장르를 만들어 내며 전 세계 젊은이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있다. K-POP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 아이돌이 되기 위한 어린 나이의 연습생을 보면 오래전부터 전통이 시작된 국악인이 되기 위한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보통 10세를 전후해서 선생님의 집에 기거하며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악보도 없이 무조건 또박또박 따라하는 것이 하루 종일의 일과이다.

그렇게 시작된 연습이 수년을 거듭하며 갈고 닦여졌다고 끝이 아니라 선생님을 떠나 홀로 자신만의 수년간 독공(獨工)의 시간이 새로운 시작이다. 이때 각고의 인내와 노력 끝에 가장 열심히 찾고자 하는 것이 자신만의 특징이다.

자신만의 소리 특징을 찾았을 때 이를 득음(得音)했다고 한다. 득음의 경지에 이르면 예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창의성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표출하게 된다. 여기에 신명이 더해지면 진선진미(盡善盡美)의 최고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최고 경지의 소리가 그렇다고 하면 최고 낮은 경지의 소리는 창의성이 없는 소리로 이른바 사진 찍은 것처럼 똑같이 한다고 하여 사진소리 라고 하는 것이다. 사진소리를 하게 되면 명창이라 하지 않고 또랑광대라고 하여 소리꾼 중에 가장 낮게 평가하는 것이 소리예술계의 풍토이다.

예전 일제강점기때 최고의 명창으로 일세를 풍미한 송만갑은 소리꾼의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소리꾼은 옷감을 파는 포목상의 주인과 같아야 한다. 손님이 무명을 원하면 무명을 주고, 비단을 원하면 비단을 주어야 하듯이 청중이 원하는 소리를 때와 상황에 따라서 할 줄 알아야 진정한 소리꾼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담은 논어(論語)에 ‘배움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나 버린다(‘學如(학여) 逆水行舟(역수행주) 不進則退(부진즉퇴)’라는 글이 있다. 음악예술 또한 물살이 흐르는 데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낡고 진부한 음악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음악 가치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일맥상통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은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다는 뜻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예술정신의 표현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지는 한국 예술의 정신적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수 천년 동안 이어온 우리 민족의 음악예술인 국악은 끊임없이 기존 음악과 새로운 음악의 적절한 대치와 융합의 관계로 발전되어 왔다.

태풍의 중심인 눈은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는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국악의 중심에는 역사적 전통을 이어가며 시대적 예술가치를 담은 핵심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즐기는 판소리, 산조 등 새로운 음악양식을 만들어 가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왔다. 이처럼 오늘날 젊은이들의 음악 감수성을 담고자 하는 퓨전국악 또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수행주(逆水行舟)하는 도전정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옛것을 익혀(法古),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創新) 득음(得音)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진정 감동을 주는 음악을 즐기고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무형문화재 전문위원/(재)정효국악문화재단 대표/(사)공연전통예술미래연구원 대표/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음악인류학 박사

이번 호부터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를 연재합니다. 우리 소리의 근원을 되짚고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음악에 대한 고민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풀어갈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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