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새와 나무/류시화 시인
[아름다운 우리 시]새와 나무/류시화 시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10.16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와 나무


                                       류시화 시인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 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