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시해 사건 목격자,‘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특별전 개최
명성황후 시해 사건 목격자,‘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특별전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0.20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바틴이 남긴 기억과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19세기 말, 격변하는 시대 속 열강들 사이에서 한없이 위태로웠던 조선. 금방이라도 침몰할 듯 아슬아슬했던 자그마한 나라에 러시아 청년 사바틴이 발을 디딘다. 러시아 청년 사바틴의 조선에 대한 기억과 그가 조선에 머무는동안 남긴 공간을 조망하는 특별전이 개최된다.

▲러시아 청년, 사바틴(사진=문화재청)
▲러시아 청년, 사바틴(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과 상호 문화교류 해를 맞이하여 19일부터 11월 11일까지 근대기 조선에 머무르며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에 관여했던 사바틴을 주제로 한 특별전「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청년 사바틴은 1883년 인천해관 직원으로 조선에 입국하여 1904년 조선을 떠날 때까지 제물포항의 부두를 축조하고, 조선의 궁궐 건축물과 정동 일대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관파천과 관련된 러시아공사관 건축에도 참여하는 등 우리 근대 건축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조선에 온 러시아 청년 사바틴 ▲러시아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 등 총 3개 주제로 나누어서 진행한다.

▲사바틴이 그린 경복궁 내 명성황후 시해장소 약도(사진=문화재청)
▲사바틴이 그린 경복궁 내 명성황후 시해장소 약도(사진=문화재청)

프롤로그에서는 을미사변의 목격자 ‘사바틴’의 역사적인 기록을 소개한다. 을미사변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당시 조선 주재 일본공사였던 미우라 고로를 필두로 한성 주둔 일본군 수비대와 공사 관원, 낭인 집단 등이 경복궁에 난입하여 조선의 국모였던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사건 전날 경복궁에서 당직을 서기 위해 출근했던 러시아인 사바틴은 당일 새벽 4시 건청궁 곤녕합에서 을미사변을 목격한다. 사바틴이 직접 그린 경복궁 내 명성황후 시해장소 약도와 시해에 대한 사바틴의 증언서(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소장)를 이번 전시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부 「조선에 온 러시아 청년 사바틴」에서는 사바틴의 국내 활동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사람들에게 ‘설덕(薛德), 살파정(薩巴丁), 살파진(薩巴珍)’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사바틴은 조선 인천해관에서 승선세관감시원으로 일했으며, 그 후 한성으로 가서 궁궐 건축을 담당했다. 을미사변 목격한 뒤로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잠시 조선을 떠났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1904년 러일전쟁 후 한반도를 떠나기까지 조선의 건축과 토목사업에 참여했다. 사바틴의 활동사항뿐 아니라,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열강들의 대립과 갈등 속에 1884년 7월 7일 조러수호통상조약 체결과 관련된 조러수호통상조약 조선 측 비준문서(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소장)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2부 「러시아 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에서는 러시아 공사관 건립과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러시아 공사관 건립은 러시아 대리공사 겸 총영사직을 맡았던 베베르가 주도했는데, 그는 부임 전에 공사관 건축을 위한 부지 매입, 도면과 예산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공사관의 최초 설계안은 러시아 건축가 류뱌노프가 설계하였으며, 일본인 하도급자인 치오고가 견적과 도면을 작성하였다. 그러나 예산상의 이유로 최초 설계안은 실현되지 못했고, 이후 사바틴이 예산과 설계를 수정하여 공사를 완료하였다. 2부에서는 러시아 공사관의 최초 설계안과 준공안의 비교, 당시 기축통화였던 멕시코 달러로 계산된 견적서, 준공이 실현되지 못한 대한제국 황제 사저, 공사관 공사 대금을 요청하는 사바틴의 청원서 등 러시아 공사관이 준공되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과 상세한 공사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공사관 본관 최초 설계 도면 정면도(사진=문화재청)
▲러시아 공사관 본관 최초 설계 도면 정면도(사진=문화재청)

3부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에서는 제물포와 한성에 위치한 12개 건물의 모형과 사진들을 전시한다. 사바틴이 건축에 관여한 것이 확실한 건물인 관문각과 러시아공사관, 그 외 사바틴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물포구락부, 독립문, 중명전, 정관헌, 손탁호텔 등 건물의 사진들과 모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건물을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엽서를 제작하였는데, 엽서의 바코드를 전시장 기기에 넣으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19일 개막과 함께 온라인 전시 먼저 공개하며 문화재청누리집(www.cha.go.kr)과 유튜브(www.youtube.com/chluvu), 다음갤러리(gallery.v.daum.net/p/premium/sabatin) 등에서 가상현실(VR) 영상 등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현장관람은 20일부터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다.

전시와 연계된 강연회도 11월 2일 오후 2시부터 경복궁 흥복전에서 열린다. ‘사바틴 거주 당시의 국제 정세와 한러 관계’라는 주제로 경상대학교 김제정 교수가 강단에 선다. 이번 강연에는 사바틴이 건립했던 건청궁 내 관문각 터와 사바틴이 목격했던 을미사변 현장인 곤녕합을 답사하는 순서도 마련되어 있다. 참여 방법 안내는 10월 22일부터 문화재청 누리집, 경복궁관리소 누리집(www.royalpalace.go.kr), 덕수궁관리소 누리집(www.deoksugung.go.kr)에 게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러시아 청년 사바틴이 조선에서 활동했던 모습을 살펴보며 당시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역사를 알리는 교육의 장이자 치유의 공간이 되고, 더불어 한국과 러시아가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