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선한 조합이란, OCI미술관 ‘깍지’展 개최
이런 신선한 조합이란, OCI미술관 ‘깍지’展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0.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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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작가를 밀어주는, 적당히 의기투합 만찬장 대공개
벽화를 잘라 관객들에게 나눠 주는 이색 이벤트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화합물이 창조된다. 작가가 둘씩 짝을 지어 서로의 색다른 모습을 들추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바로 OCI미술관의 개관 10주년 기획전 ‘깍지’이다.

▲작가 박경종과 지희 킴이 함께 한 작품(사진=OCI미술관)
▲작가 박경종과 지희 킴이 깍지를 이뤄 작업한 작품, 전시장 1층(사진=OCI미술관)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올해로 개간 10주년을 맞아 OCI미술관 열 돌 기념전 ‘깍지’를 오는 22일(목)부터 12월 19일(토)까지 종로구 우정국로 소재의 OCI미술관에서 개최한다. ‘깍지’는 작가 둘이 짝을 지어 서로를 돋보이게 비추고 밀어주는 의기투합 실험장으로서 기획되었다. ‘깍지’는 지난 10년간 OCI미술관과 인연이 있던 작가들 가운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협업 전시를 통해 새로움을 선사할 선별된 열 명의 작가와 함께했다.

강서경, 권인경, 김수연, 라오미, 박경종, 배윤환, 신민, 지희킴, 최수진, 홍승혜 총 10명의 작가가 다섯 깍지를 이뤄 다수의 신작을 포함한 설치 중심 작업을 선보인다. 평소 각 작가의 개인 작품을 볼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를 이번 전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둘씩 쌍을 이룬 작가들의 기대감을 부르는 조합 이외에도 기발한 공간 해석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전시이다.

1층 로비에서 시작한 전시는 3층 전시장까지 이어지며 총 다섯 쌍의 '깍지'가 꾸민다. 전시장 도입부에는 작가 박경종과 지희킴이 깍지를 이뤄 기획한 설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경종은 창작 과정에 오가는, 그림과의 투닥임을 영상과 페인팅으로 생생하게 표현했고, 지희킴은 다양한 형상과 원색이 여과 없이, 그리고 위화감 없이 흰 여백에 착륙하는 과감함을 작품을 통해 선보였다. 두 작가가 합심해 꾸민 높이 6m의 대형 벽화는 본 전시의 백미이다. 벽화를 썰어 관객에게 나눠주는, 이미지 공유·소비 생태 실험으로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작가 김수연과 최수진이 깍지를 이뤄 작업한 작품, 전시장 2층(사진=OCI미술관)
▲작가 김수연과 최수진이 깍지를 이뤄 작업한 작품, 전시장 2층(사진=OCI미술관)

1층 전시장 벽 뒤쪽 홀에는 작가 배윤환의 바다가 넘실댄다. 372×240㎝의 시원한 크기에도 섬세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맞은편에는 신민 작가가 폭 10m의 벽화 드로잉으로 응수한다. 단정한 옷차림과 올림머리, 마스크 너머로 내놓은 이글대는 두 눈을 통해 드로잉 속 주인공의 성난 목소리가 전시장 공간 가득 울리는 듯하다.

전시장 2층에는‘농장’과 ‘정원’이 열린다. 작가 최수진은 아이디어를 익히고 수확하는 창작 메커니즘을 '농장'이라는 것으로 비유해 생기 넘치는 화면으로 형상화했다. 작가 김수연은‘꽃을 꽃답게 하는 건 색깔일까 향기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무채색의 꽃으로 수놓은 정원을 작품으로 선보인다.

전시장 3층에는 작가 권인경이 걸어 둔 산자락과 화분의 뒤태, 그리고 동네 조각이 세월을 바르고 기억을 둘러 공간을 가득 채운다. 작가 라오미는 방문을 열고 바닷가로 나선다. 인천, 단둥, 압록, 두만, 요코하마에 이르기까지, 물과 뭍이 만나는 곳곳에 스민 이야기를 더듬어 그 시절의 눈, 코, 입, 귀를 소환하고, 풍경을 재구성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734-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