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이토 히로부미 글씨’로 확인
문화재청,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이토 히로부미 글씨’로 확인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0.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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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계 전문가 고증 …
현상변경 신청 접수되면 종합 관리방안 마련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이토 히로부미의 흔적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됐다. 

▲한국은행 본관의 정초석(사진=문화재청)
▲한국은행 본관의 정초석(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정초(定礎)’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글씨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국민적 관심이 많음에 따라 이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현지 조사 자문단을 꾸려 지난 20일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현지 조사에는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이등방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붓글씨,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소장(사진=문화재청)
▲이토 히로부미의 붓글씨,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소장(사진=문화재청)

조사 결과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의 글씨임이 확인됐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등의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또한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 되었으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이며,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융희(隆熙):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며,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