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프리다-Last Night Show’, 그림에 새긴 Viva La Vida
[공연리뷰] 뮤지컬 ‘프리다-Last Night Show’, 그림에 새긴 Viva La Vida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10.2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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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지난 23일과 24일 대덕문화전당 공연
신영숙, 전수미, 정영아, 김수연 표현하는 ‘프리다 칼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영국의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곡으로도 잘 알려진 ‘Viva La Vida’는 20세기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가 죽기 직전, 자신의 그림에 새긴 메시지다.

▲Frida Kahlo, Viva La Vida, Watermelons, 1954, oil, 59.5 x 50.8 cm
▲Frida Kahlo, Viva La Vida, Watermelons, 1954, oil, 59.5 x 50.8 cm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이하 ‘프리다’)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대덕문화전당에서 총 2회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프리다 칼로가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일대기를 전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그녀의 삶 안에 있던 분열, 죽음 등의 관념들을 자전적으로 들려준다. 

소아마비, 교통사고, 30회 이상의 수술, 남편의 외도, 세 번의 유산, 이혼, 신체 절단, 자살 시도. 전부 한 사람의 생에 찾아온 일들이다. 여섯 살 때 찾아온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된 프리다는 의사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열여덟 살 프리다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간다. 프리다를 태운 버스가 전차와 충돌한 것이다. 대형 사고에서 프리다는 기적적으로 생존했지만 척추, 쇄골,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자궁을 크게 다쳤다. 1년 가까이 침상에 누워 있던 프리다는 “나는 다친 것이 아니라 부서졌다”라고 말했다.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프리다가 누워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그는 천장에 거울을 달고 메스를 잡으려던 손에 붓을 들었다. 그리고 산산이 조각난 난 자신을, 자신의 고통을 가감 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프리다의 그림들은 공연의 일부가 되어 무대 스크린에 등장했다. 프리다가 살아온 인생의 굴곡을 따라가는 동시에 그의 전부를 쏟아낸 그림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심연의 공감을 더 했다.

사고의 순간마다 무대는 사이렌 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 리베라와 만난 순간에도 어김없이 사이렌이 울렸다. 프리다는 자신이 화가로서 자질이 있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구하며 디에고를 찾아갔다. 디에고는 프리다와 그의 그림을 본 순간 단번에 매료됐고, 프리다 역시 디에고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1929년 프리다는 주변의 반대에도 21살 많은 디에고와 결혼하지만, 그는 병적인 여성 편력으로 인해 결혼 중에도, 이혼 중에도, 재혼 후에도 프리다에게 상처를 남긴다. 결혼해 세 번 임신하고 그때마다 유산을 겪어야만 했다. 아이가 탄생하지 못했듯 그녀의 사랑도 순탄치 못했다. 남편 디에고가 자신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고 이 상처는 곧바로 이혼으로 이어졌다. 말년에 이르러서야 디에고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재결합에 이르렀으나 이 또한 그녀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남긴 상처로 프리다의 내면과 외면은 전부 난도질당했다.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예술세계로 접근하는 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해 표현했다. 꼬리를 무는 사고와 사건을 통해 그를 고통으로 몰아넣곤 하는 ‘육체적 상처’와 연인 리베라로부터 거듭해 받게 되는 ‘정신적 상처’다. 

프리다에게 디에고는 ‘우주’와 같은 존재였지만, 프리다의 ‘뮤즈’는 프리다였다. 그는 평생 200여 점을 그렸고 143개의 회화 작품을 남겼으며 그중 55개가 자화상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많은 시간을 그림을 그리는 것에 몰두했고, 자신을 그림에 넣어서 표현했다. 

프리다 칼로가 남긴 작품을 100분짜리 뮤지컬에서 전부 선보일 순 없다. 따라서 큐레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뮤지컬 ‘프리다’가 선보인 큐레이팅은 프리다 칼로의 삶의 사적인 영역을 메인으로 조명하다 보니, 그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상ㆍ이념적 부분은 배제됐다. 이는 프리다를 해석하는 데 오류는 아닐지언정 편의적인 접근으로 비친다.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하지만 이러한 구성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신영숙, 전수미, 정영아, 김수연. 네 배우는 ‘프리다’의 무대를 가득 채웠다. 신영숙은 무대 위에서 온전히 프리다 칼로로 존재했다.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던 프리다 칼로의 열정과 고뇌, 에너지를 대사, 표정, 노래 그리고 수많은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감동을 끌어냈다.

R(Reflection) 역을 맡은 전수미는 ‘The Last Show'의 연출과 진행을 맡아 프리다의 회상을 돕는다. 전수미는 쇼의 안팎에서 프리다와 함께하며 그의 삶에 개입한다. 때로는 프리다의 기억 속 디에고로, 때로는 쇼의 진행자로 분하며 프리다가 그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또한 THE LAST SHOW의 진행을 하는 극 중 배역 D와 M에는 정영아와 김수연은 각각 D와 M 역으로 프리다 자서전의 한 챕터가 됐다. 정영아가 맡은 D는 Death이자 Destiny이고 Destination이다. 프리다의 인생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찾아온 D는, 공포가 아닌 목적지(Destination)로서 방향을 제시하며 동행하는 운명(Destiny)이다. 김수연은 프리다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인 M을 표현했다. 그는 M을 통해 어린 프리다가 바랐던 꿈을 간직한 기억(Memory)에서 출발해 프리다와 함께 성장하며 점점 현실의 프리다가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전부 보여줬다.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Last Night Show’ 공연 모습(사진=DIMF)

뮤지컬 ‘프리다’의 작/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쇼는 죽음 직전까지 행해지는 리허설일지도 모른다”라며 “꼬리를 무는 불행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 날까지 인생을 노래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그의 사랑이 모든 이에게 용기를 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