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소통
한국어와 소통
  • 홍인종 의정부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 승인 2009.12.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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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은 언어를 포함하지만 언어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번은 필자가 3시간 동안 다문화 부부 세미나를 하였다. 강의도 하고, 웍샵도 하였는데 끝나고 나니 거의 목이 쉴 정도였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까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더 크게 내었기 때문이었다.

영어도, 한자도, 천천히 말해도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왜냐하면 20여 부부 가운데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각기 한국어 이해 수준이 다름에도 한국말로 강의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가정에서도 똑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언어 소통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소통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부부 관계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세미나 내용은 부부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언어의 장벽이 높아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나 웍샵을 하면서, 스포츠 지도사와 함께스트레칭 하기, 서로 지압해주기, 다양한 표정 짓기 등을 하면서 간단한 표현 (부부 끼리 각기 배우자 나라의 말로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최고입니다’ 등) 몇 마디를 나누게 하였을 때 웃음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언어적 표현이 부족하다해도, 얼마든지 진정이 담긴 표정과 신체적 언어로 사랑하는 마음과 배우자에 대한 배려심을 나눌 수 있었다. 즉 진정한 소통은 언어를 포함하지만 언어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기에 요즘의 화두는 소통이다. 소통’(疏通)은 ‘소통할 소’에 ‘통할 통’으로 한자의 사전적 의미는‘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또는‘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영어로는 ‘상호 이해’ (mutual understanding) 또는 '의사소통' (communication) 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은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살다보면 문제나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 아무리 한국말을 잘해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며 갈라서는 부부가 늘어난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문제가 비단 언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가정의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그 문제 자체 보다는 그것에 관해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방식과 태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