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삼양라면이 일본수출을 하지 않는 이유
[컬쳐칼럼]삼양라면이 일본수출을 하지 않는 이유
  • 이수경/도쿄가쿠게이대학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09.12.11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을 담아서 만드는 라면

한국 라면의 종가라고 불리는 삼양(천ㆍ지ㆍ인을 배양하고자 하는 소원을 나타냄)식품은 전중윤(88세)에 의해서 창업되었습니다. 동방생명이란 보험업을 하고 있던 그가 도쿄에서 시판되고 있는 즉석면을 보고선 그 편리성에 매료된 결과입니다.

일본에서는 1958년 8월에 뜨거운 물을 부어 3분 만에 먹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즉석면이라고 하는 ‘치킨 라면'이 발매되었습니다. 60년에는 묘죠식품이 ‘묘죠 양념라면'을, 62년에는 양념된 것이 아닌 스프 별첨의 ‘시나(支那) 죽순 장아찌 첨부 묘죠라면'을 발매하는 등,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일본의 즉석면 시장은 확대되어 갑니다.

간단·편리·싼 가격의 매력을 가진 즉석라면이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던 1960년대 초반, 한국의 전중윤은 우연히 지나가던 남대문 시장에서 한 그릇의 죽을 사기 위해서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싸고 영양가 있는 음식 보급이 우선과제라고 인식합니다. 그리고 도쿄 출장 때 맛본 즉석면을 어떻게 한국에서 생산·보급할 수 없을까라고 궁리합니다.

일본의 여러 라면 메이커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즉석면의 경쟁이 격렬해진 시대였던 만큼 어느 회사도 즉석면의 제조기술이나 제면기계 등을 양보해 주지 않았습니다.

1963년 봄, 전중윤은 묘죠 본사를 방문해 당시의 오쿠이 기요스미 사장에게 한국전쟁 후의 한국의 식량부족 사정을 설명하고 한국에서의 즉석면 제조에 대한 협력을 호소합니다. 오쿠이 사장은 그 사정과 열의를 받아들여 민간교류 차원으로 제조기술의 무상공여 등을 약속합니다. 설비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였고 기술자의 한국 파견 등을 준비해주는 등, 한국의 즉석면 보급에 공헌했습니다. 그 결과, 1963년 9월에 삼양식품은 상공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한국 최초의 즉석라면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46년의 역사를 가지는 한국의 라면은 고추나 김치 등, 다종ㆍ다양한 맛과 면류의 개량을 거쳐, 현재는 해외 70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1963년 4월 초, 전후 한국의 식량 사정을 전중윤으로부터 들은 오쿠이 기요스미는 한국전쟁의 특수경기로 돈을 벌어 심각한 경제 상태를 회복시킨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간 외교의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흔쾌하게 허락합니다.

게다가 그는 바로 1년 전에 경쟁 회사의 리치 사장으로부터 호의적으로 스프 별첨의 라면 기술을 제공받아 라면 회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만큼, 한국에도 그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전중윤이 접촉했던 회사들은 자신의 기술 이전을 꺼리거나 고액의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기요스미는 기술료를 무상으로 해, 제조 장치도 실비로 제공했습니다. 전중윤은 후에 이렇게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무상ㆍ무기한의 기술 공여를 받은 예는 이 이전에도 이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 이후로 저는 묘죠식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기술 공여를 약속받고 전중윤은 교토의 아라시야마(嵐山) 공장에서 10일간의 실습을 합니다. 그 사이에 전중윤의 신원조사ㆍ신용조사를 끝낸 기요스미는 실습이 끝난 후 정식으로 각서에 조인해, 계약을 체결합니다. 각서의 제8항에는 ‘일본에 삼양제품의 역수출은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품질이나 녹황야채를 독자적인 맛으로 개량해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서 평가받고 있는 삼양라면이지만, 그 약속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 일본에는 수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업가로서의 양심과 신뢰성, 사회적 책임을 느낀 두 사람의 만남에 의해서 태어난 삼양라면은 1963년 9월 120그램짜리 한 봉지에 10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소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조 문제나 제품보급 문제 등으로 적자가 계속되었지만 1966년부터 ‘삼양라면’은 한국 정부의 고도경제정책화의 영향 속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의 하나가 된 삼양식품은 ‘제품이 공장에서부터 고객의 입에 닿을 때까지 최상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마음을 담아서'라고 한 기요스미의 말을 공장에 걸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9년 현재 120그램짜리 한 봉지가 750원으로 판매되는 ‘삼양라면’의 상품에도 ‘안전한 식품’이라고 적어, 즉석라면의 개량·발전과 지구촌 모든 이들의 건강을 위한 라면 제조에 공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