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인영 문웅 컬렉션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개막식서 작품 설명회 가져
세종문화회관, 인영 문웅 컬렉션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개막식서 작품 설명회 가져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1.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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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큐레이터의 도슨트로 진행된 작품 해설
문웅 컬렉터의 작품과의 인연도 풀어내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10일 인영 문웅 컬렉션,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展의 개막식을 열고 20일간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지난 10일 열린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개막식에서 큐레이터 이동국 박사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문체부 박양우 장관(오른쪽)과 컬렉터 문웅 박사(왼쪽)(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 10일 열린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개막식에서 큐레이터 이동국 박사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문체부 박양우 장관(가운데 왼쪽)과 컬렉터 문웅 박사(가운데 오른쪽)(사진=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29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세종 컬렉터 스토리’ 두 번째 전시로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를 개최한다. 

‘세종 컬렉터 스토리’는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2019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마련한 기획전시 시리즈다. 그 두 번째 주자인 문웅 박사는 컬렉션을 통한 작가 후원을 50여 년간 지속해 오고 있으며 신진 작가를 위한 인영미술상을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예술 후원에 힘을 기울여온 문 박사이기에 그가 소장한 모든 작품에는 컬렉터와의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오지호 작가의 작품 ‘해경’
▲오지호 작가의 작품 ‘해경’

이번 전시에서는 컬렉터 문웅이 평생 모은 서화미술 3,000여 점 중 작품 120여 점을 공개한다. 주요 작가는 오윤, 홍성담, 오지호, 배동신, 이응노, 박고석, 이대원, 우제길, 민웨아웅, 하리 마이어, 랄프 플렉, 구본창, 이성자, 문신, 이돈흥, 송운회 등이다.
 
전시를 통해 각각의 작가, 작품에 얽힌 컬렉터와의 사연을 입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컬렉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민웨아웅의 ‘Orange River Bank’(사진=세종문화회관)
▲민웨아웅의 ‘Orange River Bank’(사진=세종문화회관)

문웅 컬렉션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현대미술부터 고서화까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작품을 주제별로 구분해 전시한다. 유사한 주제가 시대와 장르, 매체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방식을 관찰할 수 있어 관람에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은 이동국 박사가 도슨트를 직접 진행하며 작품들을 하나씩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는 총 5가지의 주제로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개막식에서 작품 해설을 하고 있는 이동국 큐레이터와 설명을 듣고 있는 문체부의 박양우 장관과 문웅 박사
▲윤위동 작가의 작품 앞에서 윤위동 작가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컬렉터 문웅 박사

첫 번째와 두 번째 섹션인 ‘산과 바다에’와 ‘사람과 삶’에서는 풍경과 사회상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된다. 오지호의 ‘해경’, 오윤의 ‘12세면 숙녀예요’, 홍성담의 ‘야간작업’, ‘농토’, 배동신의 ‘자화상’, 이응노의 ‘무제’, 김녕만의 ‘모정’, 민웨아웅의 ‘Orange River Bank’, 하리 마이어의 ‘알프스 풍경’, 랄프 플렉의 ‘STADIUM (WM)291 Ⅸ’ 등을 선보인다.

첫 번째 섹션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작품은 오지호 작가의 ‘해경’이다. 개막식에서 문웅 박사는 그림과 얽힌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아내와 결혼을 하려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어머니께서 아내에게 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위해 모아두신 돈이 있었는데 그 돈을 어머니께 달라고 했다. 그 돈으로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이 작품을 구매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당시에 가진 돈이 60만 원이었는데 64만 원을 달라기에 4만 원을 깎아 샀다"라고 말하며 재미있는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응노의 ‘소’(사진=세종문화회관)
▲이응노의 ‘소’(사진=세종문화회관)

또한 윤위동 작가의 작품 ‘contrast 23’ 앞을 지나갈 때 작가와 얽힌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어느 날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한 학생이 졸업 작품에 쓸 캔버스와 물감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작품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아들이 이 학생을 도와줄 방법이 없냐고 묻길래 학생의 작업실에 찾아갔다. 그 학생을 직접 만나 작품이 너무도 좋으니 완성되면 내가 살 수 있냐고 묻고 사례를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인영미술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윤위동 작가는 인영미술상 3회 때 상을 받은 작가이다. 지금은 홍콩 소도비에서 작품이 팔릴 정도로 대성한 작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섹션 ‘정중동, 동중정(靜中動, 動中靜)’은 움직임과 멈춤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작품들을 모았다. 주요작으로는 김종학의 ‘할미꽃’, 배동신의 ‘정물’, 박대성의 ‘감’, 이응노의 ‘소’, 임직순의 ‘소녀상’, 구본창의 ‘꼭두’ 등이 있다.

▲선우영의 ‘금강만물상’(왼쪽)과 홍성담의 ‘옥중편지’(오른쪽)
▲선우영의 ‘금강만물상’(왼쪽)과 홍성담의 ‘옥중편지’(오른쪽)

네 번째 ‘서화미술 일체’에서는 미술과 서예의 접점을 제시해 서화의 전통성뿐 아니라 현재성을 일깨운다. A.R 펭크의 ‘Auge Standart-West’, 김환기의 ‘무제’와 ‘달밤의 화실’, 이응노의 ‘천추만세’ 등의 회화 작품과 함께 원교 이광사, 추사 김정희, 창암 이삼만, 설주 송운회, 소전 손재형, 학정 이돈흥 등의 서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컬렉션 속의 컬렉션’은 컬렉터의 작가 후원자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아카이브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대원의 ‘농원’, 강연균의 ‘누드’, 김흥수의 ‘여인상’ 등과 함께 문 박사가 모아온 작가들의 스케치북, 앨범 등이 공개된다. 

▲펭크의 ‘Auge Leider Vergriffen’(사진=세종문화회관)
▲펭크의 ‘Auge Leider Vergriffen’(사진=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은 “이번 전시가 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로 얼어붙은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를 총괄한 이동국 큐레이터는 “컬렉션과 긴밀히 연관된 컬렉터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획된 이번 전시가 예술과 삶이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고찰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