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우리들의 낙원상가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우리들의 낙원상가
  •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0.11.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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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집콕 문화가 발달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다녀온 낙원상가가 다시 활기를 찾은 듯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낙원상가는 국내 최대 악기들이 모여 있는 대형 악기상가이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음향기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함께 취급되는 대형공간이다. 이곳의 유래를 보면 조선시대의 낙원동 인사동 익선동 등에 유흥가가 자리하면서 흥을 돋우고 풍류를 즐기기 위한 예술인들이 모이고 그로인해 음악인을 위한 악기점이 한두 개 씩 생기다보니 지금의 악기전문상가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악기수입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수입악기를 구매하려면 낙원상가를 찾게 되어야 했으며 대중적인 밴드음악이 유행하면서 낙원상가에 활기가 더해져갔다. 이후 주상복합건물이 건립되고 인사동과 함께 전국의 대중음악과 클래식뿐 아니라 음향을 다루는 많은 사람들의 인기공간이 되어 갔다.

낙원상가가 처음부터 악기상가는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양품점이나 가구점도 많았으나 1980년대 대중음악의 붐과 함께 음악인들의 성지가 되고 악기수요가 많아지면서 더욱 활성화된 것이다. 인근에 있는 세운상가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근대 건물로 레트로한 분위기가 다시 유행되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300여개의 악기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2층은 종합악기매장으로 관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음향기기 매장이 있으며 3층은 전문악기 매장으로 음향 미디어 장비 등이 즐비하다. 4층 5층은 사무실과 합주실, 아트라운지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3월에 서울시에서 낙원상가 하부공간에 거점형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을 설립했다. 전시공간인 낙원 역사 갤러리는 한국의 대중음악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기획하는 등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시민들을 맞이할 다양한 기획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 되기

어린 시절 피아노를 전공한 필자는 20대부터 낙원상가의 몇 악기점과 거래를 해왔다. 이곳에서 음악인의 꿈을 키웠고 가족과 문화나들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악기에 관심을 갖고 온가족 1인 1악기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필자의 아버지는 80세 노인인데도 색소폰 레슨을 20년째 받으며 매일 한 시간 이상 악기를 연습하는 문화에 푹 빠져 살고 있기에 지하철 타고 낙원동 소풍을 즐기신다. 정신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산층을 언급한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자면 “중산층이란 소유한 재산이 아니라 외국어를 할 수 있는지, 악기를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는지, 운동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손님을 초대하여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이다. 어떤 대학을 나오고 월 소득이 얼마인지 몇 평 아파트에 사는지, 몇 cc 중형차를 타고 다니는지 온통 경제적인 것으로 중산층을 나누는 한국의 중산층 정의와 매우 비교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살고 있다. 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들고 뛰는 택배기사처럼 바쁘게 정신없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화적인 요소를 삶에 적용하고 일과 중 일부를 떼어내어 문화를 향유하는데 사용한다면 평범한 일상에 가치가 부여되고 이로써 삶의 질이 몇 단계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고가의 악기만 배울것이 아니라 손쉽게 구하고 한옥타브로 연주할 수 있는 피리, 하모니카, 카림바 등도 권하고 싶다.

온라인쇼핑이 활발해지고 악기 역시 해외 직구가 가능한 지금도 낙원상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굵게 자리하고 있다. 낙원상가는 대형악기점뿐 아니라 허리우드 개봉 영화관이 있던 터라 다녀올 때마다 필자도 잠시 추억에 젖게 된다. 종로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낙원상가. 음악을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다녀올만한 문화공간이다.  

세계 최대 규모 낙원상가. 문화놀이터 같은 곳.
우리들의 낙원상가에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다녀갔으면 좋겠다. 

 

낙원상가: 종로구 삼일대로 428 /일요일만 휴무/ 문의 1588-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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