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 다시 돌아오는, 아동 성범죄자
[박희진의 문화 잇기] 다시 돌아오는, 아동 성범죄자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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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아동 성범죄자의 만기 출소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이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번 컬럼은 원고를 써내려가는 내내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사건 이후 온전히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없는 현실에 목이 메인다. 이는 모든 부모의 한결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들은 앞다투어 법안을 쏟아내고 메스컴은 아동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취재하고 있으며 정부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모든 국민의 공포를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08년, 8세에 불과한 작은 여자아이를 끔찍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받고 올 12월에 만기 출소한다. ‘조두순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전국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가 출소하기 3년 전부터 국민들은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컸다.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이 2017년에 시작되었는데, 61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두순은 공포의 대상이다.   

아동 성범죄자들의 출소 이후의 행보를 쫒던 한 방송 보도는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조두순만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조두순보다 더 심각한 아동 성범죄자들이 나라의 관리망을 벗어나 재범에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수 많은 아동 성범죄자들은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다는 데에서 국민들은 치를 떨었다. 그들의 삶이 원초적인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또다른 범행의 대상을 찾아 나설 것이며 또다른 아동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아동 성범죄에 있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고 재범의 확률도 높다. 성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신상정보등록제도의 경우 대상자 가운데 소재파악도 되지 않는 전과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그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전자 팔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매년 늘고 있기에 국민들은 목소리 높여 안전한 삶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소름 돋는 것은 ‘소아기호증’을 내세워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정신병 탓을 하는 사례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 아동 성범죄자들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범죄 사실이 들통나더라도 처벌이 미약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아이는 힘이 약하고 굳이 폭력을 쓰지 않아도 범죄에 끌어들이기가 훨씬 쉽다는 점을 범죄자들은 잘 알고 있다. 아동 성범죄는 단순히 성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보다 약자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행 이후 자존감을 높이고 남성우월에 빠져 자신의 내적 동기를 회복해 정서적 만족을 얻으려는 욕구가 존재한다. 정신병적 문제로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는 극히 일부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아동 성범죄자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데 있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피해자 가족들이 이사를 결정한 데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성폭행 피해로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로 인해 삶의 터전마저 쫒겨나야 했다. 만기출소한 범죄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그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는 뒤늦게 관련법을 개정해 출소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접근과 음주, 아동시설 출입 금지와 외출 제한을 하였고 조두순의 주거지 주변 1km를 여성 안심구역으로 정해 폐쇄회로를 늘리고 방범 초소도 설치하기로 하였지만 피해자가 떠나고 가해자만 남은 지역의 주민들은 또다른 공포감에 떨어야 한다. 

잔인한 범죄자라고 해도 인권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삶과 권리가 침해 받는 것은 더더욱 안될일이지 않는가. 성범죄자의 경우 형기를 마친 이후에도 다른 범죄와 달리 나라에 따라 재범을 막기 위한 여러 인신제한을 가할 수 있다. 이는 또다른 범죄를 막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태도에 달려있다. 화학적 거세나 격리관리를 위한 ‘보호수용제도’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갈수록 극악해지고 과감해지는 성범죄에 대응해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