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 만든 공연하나 열 공연 안 부럽다!
[리뷰] 잘 만든 공연하나 열 공연 안 부럽다!
  • 정혜림 기자
  • 승인 2009.12.12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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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서울젊은국악축제' … 질식 직전에 만난 마지막 숨구멍

잘 만든 공연하나 열 공연 안 부럽다. 11일 개막한 '2009서울젊은국악축제'가 바로 이 생각에 대해 노골적이지만 단순한 답을 줬다. 검은 옷 일색인 무대 위에는 과연 이 공연이 국악 공연인지 클래식 공연인지 알 수 없는 교묘한 자리 배치를 해놓았다.

하지만 그 어떤 공연인들 어떠하겠는가. 흥이 나고, 흥에 미치는 공연으로 우리 음악의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희망의 축제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 소리는 반성을 남기고…

소장한 음악 목록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과연 전통음악, 국악 앨범은 몇 장이나 있나. 물론 전통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나 팬심으로 열광하는 경우는 달라지겠지만, 일반 대중의 경우 국악과 대중성을 결부시키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물론 하루에도 수십 장씩 수준 높은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마찬가지로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 저마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대중음악에 편중된 현실이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09서울젊은국악축제'를 보며 너무도 즐거웠지만,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듯했다.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으로 편성된 축제 오케스트라 씨&씨의 멋진 공연과 산과 들, 바다로 인도하는 대금소리, 가슴을 울리는 명창과 디바의 공연. 다시 말해, 이렇게 멋진 국악의 세계를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비대중적’인 것으로 치부해온 것이 부끄러워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 범접하지 못할 포스에 당했다!  

사실 '2009서울젊은국악축제'를 보는 내내 한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국악 공연인가, 클래식 공연인가. 아무리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감히 범접하지도 못할 국악과 클래식을 이렇듯 하나로 아우르다니!
공연 중반, 팝페라 가수 로즈장이 무대에 올랐다. ‘웬 팝페라 가수?’라고 생각했지만 말 못할 포스에 정말 된통 당했다. 로즈장은 이날 민요 ‘도라지’를 선보였는데 입이 흥얼거릴 찰나, 가사가 무려 영어였다!(웃음)

젊은 명창 이희문의 ‘창부타령과 뱃노래’ 공연은 어떠했나. 관중을 압도하는 소리에 클래식 세션이 어우러져, 음악적 ‘다양성’을 넘어서서 이제는 그 모든 것을 ‘통일’한다는 느낌을 줬다.

 ◆ 수용의 범위를 넘어 창조의 길로!

우리는 '2009서울젊은국악축제'가 수용했을, 놀랍도록 넓고 깊은 음악적 스펙트럼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는 쉽지만 만들어내기는 결코 쉬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쉬이 충돌을 예상하기 쉬운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젊은 패기는 겁도 없이 동서양 음악에 뛰어들어 국악의 대중화, 현대화 작업을 거쳐, 국악과 클래식을 하나로 아우러냈다. '2009서울젊은국악축제'는 말 그대로 음악의 축제이자, 일종의 ‘문화운동’의 신호탄을 날렸다고 생각한다.

 ◆ 질식 직전에 만난 마지막 숨구멍

'2009서울젊은국악축제'는 이번 공연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소리가 만나 새롭고 신선한 소리를 만들고 독특한 예술세계를 창조해낼 것이다.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고 다양한 시도를 거쳐 기존 음악장르의 변신해낼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의 화두이기도 한 ‘소통’을 할 것이다.

‘이 공연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기에 이토록 강조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이 모든 것이 '2009서울젊은국악축제'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누구나 전통음악의 중요성을 논하고 세계 속의 한류가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국악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사실 '2009서울젊은국악축제'의 위대함을 논하는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저질러 준 것에 ‘독하다’라는 멋쩍은 한마디와 숨 쉬게 해주어 ‘고맙다’라는 진심 어린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서울문화투데이 정혜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