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 오는 23일 개막…“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조명”
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 오는 23일 개막…“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조명”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12.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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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딸 업고 영화 ‘미망인’(1955) 연출, 우리나라 최초 여성 영화감독
20년간 20여 편 함께해온 ‘연출가 김광보&작가 고연옥’의 신작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 2011년 이후 9년 만에 한 무대에 올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주체적인 삶을 다룬 ‘명색이 아프레걸’이 오는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이번 작품에는 작가 고연옥, 연출가 김광보, 작곡가 나실인을 비롯해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이 모두 참여한다. 

▲‘명색이 아프레걸’ 박남옥 役 (왼쪽부터) 이소연, 김주리ⓒ황필주(제공=국립극장)
▲‘명색이 아프레걸’ 박남옥 役 (왼쪽부터) 이소연, 김주리ⓒ황필주(제공=국립극장)

‘아프레걸(après-girl)’은 6.25전쟁 이후 새롭게 등장한 여성상을 일컫는 당대 신조어로, 봉건적 사회 구조와 관습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사회 안에서 자신의 주체적 역할을 찾은 여성들을 지칭한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주체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아이를 낳고 사흘 만에 영화관을 찾은 박남옥의 노래로 시작되는 이번 작품은 박남옥의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된 ‘미망인’의 제작 과정과 영화 속 장면, 그의 학창 시절 등이 뒤섞여 흘러간다. 세상의 장벽을 넘어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온 박남옥의 삶과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영화 ‘미망인’ 속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후 비극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나타난 여성상을 바라보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작품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삶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인간의 정신과 가치를 다룬다.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임에도 여성에게 폐쇄적이었다. 1세대 여성 감독인 박남옥⸱홍은원⸱최은원 이후 30년이 지난 1980년대가 돼서야 이미례, 1990년대 임순례가 등장했을 정도다. 그만큼 박남옥의 행보는 여성 영화감독의 ‘시작’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극본과 연출은 작가 고연옥과 연출가 김광보가 각각 맡았다. 2001년부터 지난 20년간 20여 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시대적 문제의식을 투영하면서도 대중성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고연옥 작가는 “박남옥 감독이 영화 한 편을 촬영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은 이시대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박남옥의 행보는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가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연출가 김광보는 “박남옥의 삶을 감히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라며 “여성 감독의 영화계 진출 초석을 마련한 그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 밝혔다.

이번 작품의 음악은 음악극ㆍ발레ㆍ오페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 나실인이 맡았다. 박남옥의 진취적인 삶을 상승하는 음의 배열로 표현하는 등 작품 속 인물들의 매력과 서사를 음악적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안무가 금배섭, 무대디자이너 박상봉, 영상디자이너 정재진, 조명디자이너 이동진, 의상디자이너 김지연, 소품디자이너 정윤정 등 공연계 걸출한 제작진이 함께해 새로운 무대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3개 전속단체(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가 한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2011년 국가브랜드 공연 ‘화선 김홍도’ 이후 9년 만이다. 

박남옥 역을 맡은 이소연을 비롯해 김지숙·이광복·민은경·김준수·조유아·유태평양 등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객원 배우 김주리(박남옥 역)⸱정보권(이택균 역) 등 신예 소리꾼들도 더블 캐스팅으로 함께한다. 국립무용단 수석 단원 장현수가 협력 안무를 맡았으며, 전정아·박준명·박수윤·박소영·이태웅·이도윤 6명의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또한 장광수(대금)·김형석(피리)·장재경(해금)·서희선(가야금)·손성용(거문고)·정재은(아쟁)·이유진(타악) 등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자 7명이 이번 작품에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실행방안에 따라 ‘객석 띄어 앉기’를 실시한다. 공연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 배역 캐스팅

박남옥 이소연, 김주리(객원)
김신재 김지숙, 백나현(객원) 
이민자 김미진, 정은송(객원)
이택균 김준수, 정보권(객원)
방영자 조유아, 안미선(객원)
김영준 이광복, 조정규(객원) 
박영숙 이연주
나애심 민은경
신동훈 유태평양
R 조영규
국립창극단원, 국립무용단단원, 국립국악관현악단 및 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