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프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0’ 개최
[전시프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0’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2.0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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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 SBS문화재단 공동 주최 대한민국 대표 미술상
김민애, 이슬기, 정윤석, 정희승 4인의 공간과 삶에 대한 고찰 공개
12월 4일(금)부터 2021년 4월 4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0’을 2021년 4월 4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인사말을 전하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인사말을 전하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올해로 9회를 맞은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동시대 미학적,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는 역량 있는 시각예술가를 대상으로 해마다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열 명의 작가를 추천받고 그 중 심사를 통해 4인의 작가를 선정, 신작 제작 지원과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기간에 다시 한 번 심사를 해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가 끝날 무렵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의 작가상 2020’은 국내ㆍ외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 후원작가 4인으로 김민애, 이슬기, 정윤석, 정희승을 선정했다. 이들은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분야에서 각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민애와 이슬기가 조형언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술관의 공간을 새롭게 인식,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정윤석과 정희승은 인간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시간을 제안한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김민애 작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김민애 작가

한편 지난 3일에는 전시 개막에 앞서 4인의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사빈 학예사, 김민애ㆍ이슬기ㆍ정윤석ㆍ정희승 작가, 언론인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윤범모 관장은 “오늘 이 곳은 아주 뜨거운 현장이다. 경쟁구도 속에서 이뤄지는 4인 작가의 전시이기 때문에 뜨겁지 않을 수가 없다. 40대 작가들의 개성의 난투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경계선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전시 만들어준 네 명의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전시에 대해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라고 간단한 인사말을 전했다.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장 내부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장 내부

이어서 이사빈 학예사의 간단한 전시 설명이 이어졌다. “네 명의 작가는 작년 말에 선정되어 일 년 가까이 전시를 준비해왔다. 4인의 작가는 어느 때보다 개성이 뚜렷하기에 재미있는 작품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2전시실은 김민애 작가와 이슬기 작가의 설치 작품으로 꾸며졌다. 김민애 작가는 미술관 전체에서 가장 독특한 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선보인다. 김민애 작가는 공간의 형태 자체를 소재로 삼아 공간 안에서 여러 개의 조각이 나름의 연관성과 논리성을 가지고 상황극을 펼치는 듯한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이슬기 작가는 전통이나 민속에 대한 관심을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작품을 지금까지 많이 해왔다. 이번에도 한국의 전통 문살과 민요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동동다리거리’라는 공간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3전시실은 정윤석, 정희승 작가의 영상 및 사진 작품으로 채워졌다. 정희승 작가는 사진을 주로 작업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주제로 24명의 동료 작가들과 나눈 대화를 사진과 텍스트, 음악을 혼합한 형태로 표현했다. 또한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윤석 작가의 장편 영화 ‘내일’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섹스돌이나 AI같은 인간의 대체물을 만들거나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영화이다.”라고 전시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 소개하는 이슬기 작가
▲작품 소개하는 이슬기 작가

작가 김민애는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전시실의 독특한 건축구조를 이용한 조각과 구조물로 이루어진 신작 ‘1. 안녕하세요 2. Hello’를 선보인다. 공간과 구조물, 작품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은 ‘조각이 주어진 환경이나 맥락과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작가의 오랜 질문에서 발원해 조각 혹은 미술이 무엇인가라는 성찰로 연결된다.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품들은 어디에 옮겨지고 어떻게 보관을 하게 되느냐라는 질문에 김민애 작가는 “설치나 조각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실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작품들을 조립식으로 만드려고 애를 썼다. 또한 구조물을 짤 때 재활용이 되지 않는 목구조 대신 철구조로 작업을 하려고 했다. 야외 조각으로 작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지금도 계속 좋은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답했다. 

▲영화 ‘내일’에 대해 설명하는 정윤석 작가
▲영화 ‘내일’에 대해 설명하는 정윤석 작가

작가 이슬기는 일상용품의 조형성에 주목해 전통 공예와 민속품 등을 동시대 맥락과 연결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2전시실에 선보이는 신작 ‘동동다리거리’는 전통 건축과 공예, 민속적 요소들을 이용해 전시장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의 지인들이 보내온 세계 각지의 강물이 담긴 유리 용기들이 걸려 있으며, 여기에 한국 민요와 프랑스 전통 놀이 등 유희적인 요소들이 곁들여진다.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정윤석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사건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편 영화 한 편과 사진 및 영상 설치로 구성된 작품 ‘내일’을 선보인다. 영화 ‘내일’은 인간과 닮은 인간의 대체물들을 만들거나 소비, 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중국의 한 섹스돌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현장의 풍경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일본에서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인물 센지,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을 정치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물 마츠다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영화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들이 선택하는 삶의 모습들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정희승 작가
▲이번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정희승 작가

작가 정윤석은 “작품을 통해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인간’이다. 인간 불신이 팽배한 문화 속 개개인들이 각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주제로 한다. 인간불신에 의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한 두 명을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 다 인간불신을 이야기하지만 누구보다 인간을 그리워하고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순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해답을 얻어야 할 것인가를 고찰하려고 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정희승은 이번 전시를 위해 사진과 글, 음악이 혼합된 설치 작품을 제작해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나눈 삶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3전시실에 펼쳐 놓는다. 신작 ‘침몰하는 배에서 함께 추는 춤’과 ‘알콜중독자와 천사들을 위한 시’는 각각 사진과 텍스트를 주 매체로 삼으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하나의 설치 작업이다. 작가가 24인의 인물과 나눈 시간과 이야기들은 그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 그들의 일상에서 추출한 사물이나 대상의 이미지, 그리고 이 작업을 하면서 나눈 대화 속 문구들의 형태로 전환된다. 관객들은 예술가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헌신과 두려움, 그리고 삶만큼이나 부조리하고 무상한 예술이라는 세계를 향한 발언들을 마주하게 된다.  

▲정희승 작가의 사진 작품
▲정희승 작가의 사진 작품

‘올해의 작가상 2020’의 최종 수상작가는 상금 1,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또한 후원작가 및 최종 수상자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현대미술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SBS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작가들을 선보여왔다”라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4명의 작가들이 신작을 위해 더욱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해보다 의미 있는 《올해의 작가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