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코로나19 시대, 기초문화재단의 위기 대응과 전망
[김승국의 국악담론] 코로나19 시대, 기초문화재단의 위기 대응과 전망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0.12.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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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올해 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시작할 때는 잠시 지나갈 폭풍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까지 그 기세는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과히 팬데믹(pandemic :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라는 용어가 전혀 어색지 않게 되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백신이 개발되었다고는 하나 그 효능과 부작용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내년도 말이 되어서야 팬데믹이 진정될 것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일상을 온통 뒤바꿔놓았다. 

한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환경 구축과 지원은 물론, 주민들이 문화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고 있는 문화재단 대표인 나에게는 코로나19 확산은 나에 대한 시험대이자 시련이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기초문화재단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하므로 코로나19가 창궐한다고 해서 손을 놓고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첫 번째 어려움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가며 사업을 전개해 간다는 것이 여간해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번째 어려움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팬데믹 상태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온라인 혹은 새로운 버전의 콘텐츠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세 번째 어려움은 무대라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또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일이었다. 

내가 대표를 맡은 노원문화재단은 지난해 7월 출범하였다. 출범 당시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의 문화적 목마름에 응답하는 것이 올바른 재단의 사업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범 후 지난해 사업 준비에 매진하였고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고자 하였으나 연초 몰아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중대한 시련을 맞게 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 등 여러 제약과 어려움 속에서도 주민들에게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재단이 운영하는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철저한 방역 조치와 ‘거리두기’ 좌석제로 기획공연 및 전시사업,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제한적으로 실시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관내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무관중 공연을 제작하여 SNS 및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구민들에게 온라인 공연을 배달하는 ‘노원문화배달’을 운영하였다. ‘노원문화배달’은 관내 예술가들에게는 출연료를 통한 일자리를 제공하였고, 구민들에게는 품격있고 질 좋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생계가 파탄지경에 이른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재단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을 확보하여 1인당 백만 원씩 지급하였고, 관내 예술인들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재단 내에 예술인 지원상담소 ‘하랑’을 설치하여 연중 지속 운영하였다. 한편으로는 일상이 닫힌 구민들에게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해근린공원’에서 주말과 추석 연휴 등을 활용하여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노원자동차극장’을 연중 운영했다. 이 모든 것이 재단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해는 모든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그렇다고 그냥 체념하고 지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년 당현천 변에서 시행했던 ‘노원등축제’를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가 확보될 수 있는 워킹 스루(Walking Through) 관람형 축제로 전환하여 산책하며 아름다운 등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는 ‘2020 달빛산책’을 준비하여 구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주민들이 산책을 위하여 즐겨 찾는 화랑대 철도공원, 당현천 변 등 관내 곳곳에서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가 확보될 수 있도록 대규모 공연보다 소규모 거리 공연 중심으로 버스킹 공연을 펼쳐 주민들에게 팬데믹 시대의 산소와 같은 문화서비스를 연중 제공하였다. 이 역시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또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시행해 지역 공간을 시각예술로 재생한다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관내 두 곳의 환승 지하철 역사에 ‘고흐’나 ‘르누아르’ 같은 대가의 레프리카 아트 작품을 장기간 전시하는 ‘노원 써브웨이 갤러리’를 시행해 주민들에게 커다란 반응을 끌어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모든 기초문화재단은 우리 재단과 똑같은 마음으로 올해 위기에 대응하였을 것이다. 예정된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다각도의 사업을 전개하였을 것이다. 

내년에도 올해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이 코로나19 시대가 지속할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대면 사업이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기초문화재단 전반의 위기 대응과 미래의 전망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올해 재단이 제작한 비대면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이 성과가 그리 크지 않고 투자 대비 가성비도 떨어진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미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 이미 양질의 공연, 전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문화소비자 관점에서 재단에서 만들어 낸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을 병행하더라도 그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면 문화사업의 방식을 다원화, 다양화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서 방역이 담보되지 못하는 대규모 야외 음악회 혹은 거리예술 공연보다 주민들이 자주 찾는 관내 곳곳 산책로나 공원, 지하철역 인근, 상가 밀집 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찾아가 방역이 담보될 수 있는 양질의 소규모 버스킹 공연을 상설화하여 지속해서 활성화하는 것이 주민의 문화 체감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소규모 버스킹 상설 공연은 지역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되는 것이니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올해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는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내년에도 그럴 수밖에 없다. 방역이 담보될 수 없는 대규모 축제는 이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축제를 걸어가며 즐길 수 있는(Walking Through) 방역이 담보될 수 있는 장기간의 고품격 관람형 축제로 전환해 보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도시 곳곳을 시각예술로 재생하거나, 지하철 역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실내 공간을 찾아가 고품격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거리 갤러리를 운영해 보는 것도 주민들에게 문화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또한, 무대와 일자리를 잃은 관내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을 지원하는 일 또한 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전업 예술가들이나 전문 예술단체들은 특성상 정보와 신청 절차에 취약하므로 기초문화재단에서는 재난 내에 예술가지원상담소를 상설 운영하여 예술가들이나 예술단체들에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 안내를 해주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재단의 독자적인 기획으로 수행할 수는 없다. 지역 주민의 문화적 목마름이 어떠한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여 그 대책을 마련하고, 온라인상이나마 지역 문화 공동체와 지속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것이 문화 민주주의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창궐한다 해도 문화재단의 역할은 문화도시를 통해 구민의 새로운 문화적 삶을 상상하고, 새로운 도시 비전을 만들어 내며, 지속 가능한 도시력을 형성해가는 것이다. 구민이 문화의 단순 향유자가 아닌 문화주체자이자 문화생산자가 되는 문화도시, 지역의 유형, 무형의 자원을 기반으로 가꾸어가는 문화도시, 지역 생활문화생태계가 건강한 문화도시, 문화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문화도시가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문화적 목마름에 응답하는 기초문화재단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