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평론가의 글쓰기와 무용전문지 III
[이근수의 무용평론]‘평론가의 글쓰기와 무용전문지 III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2.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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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훌륭한 공연은 관객을 위로하고 좋은 평론은 독자를 지혜롭게 한다. 평론가가 쓴 좋은 글을 골라내고 독자들에 전달하는 책임은 무용전문지의 몫이다. 이러한 자정능력을 상실한 잡지, 특정한 개인과 단체의 홍보수단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잡지, 전문지 본연의 기능에 소홀함으로써 무용인들로부터 소외되고 독자로부터 외면 받는 잡지는 이제 그만 산화(散華)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호 글(평론가와 무용전문지 II)을 이렇게 끝맺었다. 어떤 무용전문지가 좋은 평론을 싣고 있을까. 무용지에 공통으로 게재된 글을 찾아 비교해보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이다. 최근 작품 중 가장 많은 리뷰를 받은 공연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10.16~18, 토월극장, 남정호 안무)였다. 무용계의 4대 매체 중 ㄱ 지를 제외하고 ㄴ(송*아), ㄷ(김*연), ㄹ(김*현) 11월호에 모두 리뷰가 실렸다. 필자는 서울문화투데이(10월28일, 이근수의 무용평론)에 칼럼을 게재했다. 비교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평론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글을 쓰는 스타일은 평론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좋은 평론의 조건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호에 썼던 대로 좋은 평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기준은 이렇다. 첫째가 평론의 형식적인 요건(제목, 주제, 스토리전개, 분석과 평가 등)을 지키는 것이다. 둘째로 무용공연을 구성하는 개별요소들에 대한 평가와 언급이 있어야 한다. 음악, 조명 의상, 영상 등 무대적 요소, 무용가의 춤과 연출, 주제와 텍스트 등 무용적 요소, 그리고 메시지의 전달성과 반응 등 관객적 요소가 공연 전체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이다. 셋째로 공연작품에 대한 펑론가의 독자적 해석과 평가가 포함되어야 한다.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고, 주제를 풀어가는 방법과 주제가 포함하고 있는 의미 등이 논리적으로 분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넷째로 평론은 글을 매개로 하여 작품과 관객을 연결하는 기능이다. 평론가의 문장은 알기 쉽고 분명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쓰여져야 한다.   

글의 형식면에서 볼 때 송*아의 리뷰형식은 포괄적이다. 작품 전체를 일관성 있게 흐르는 주제를 우리 사회의 무정함(폭력, 배타성, 비정) 등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현상을 7개 에피소드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작품내용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음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 요소 즉 무대와 소도구, 무용수의 움직임, 영상, 연출, 관객, 팸플릿 설명까지 언급을 잊지 않는다. 안무자의 작품세계와 함께 그가 표현코자 한 주제의 선명성, 지루하지 않은 러닝타임, 시각적 재미와 관객의 즐거움, 무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 등이 그가 찾아낸 공연의 장점들이다. 일반적인 주제를 선택했고 안무가만의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해석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나열했다란 면에서 작품의 미흡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판단에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작가와 관객을 위해 설득력 있는 문장을 사용하여 종합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는 면에서 유용한 평론이었다. 

김*연의 리뷰는 코로나현상으로 인한 무용계의 영향으로부터 시작하여 안무가 소개와 작품 내용 소개 등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다.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개별요소들 중 무용수들의 움직임 외에 음악, 영상, 연출, 텍스트,  관객, 팸플릿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쉽다. 긴 서문에 비해 내용 소개에 구체성이 결여되고 평론가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의 글에서 자주 나타나는  난해한 문장과 현학적 표현 방식은 이번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살아 있는 생명체, 본질적인 이데아 속에서 벌어지는 실존적 쟁투에 대한 대비적 공간구조를 구현...”등과 같은 표현이다. 결과적으로 독자들은 이러한 리뷰를 통해서 작품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현의 글은 평론형식과 무용요소별 구성요소, 평론가의 주체적 시각에서의 평가, 평이한 문장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글이었다. 그가 파악한 작품의 주제는 오늘과 같은 경쟁사회에서 탈락이 일상화되고 탈락은 곧 도태로 이어지는 예측불허의 불안한 사회현상이다.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란 반어법적 제목을 정하고 실제로는 유희화된 세상을 옴니버스식 연출을 통해 보여준 안무방법을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안무가 남정호의 작품세계와 과거 작품들에서 보여준 안무스타일을 부각시켜준 것도 독자들을 위해선 유용한 정보였다. 공연 구성요소 중 음악 영상 등 무대적 요소, 춤과 연출, 텍스트 등 무용가적 요소, 관객참여, 랜선 공연관객에 대한 배려 필요성 등 관객적 요소를 골고루 언급한 점도 바람직했다. 폭력과 소외, 양극화현상, 계층 간 갈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에 공공무용단이 외면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도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