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치규 개인전 ‘Bio-Resilience‘
권치규 개인전 ‘Bio-Resilience‘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2.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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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을 주제로 숲 시리즈를 선보여…
본화랑, 2021년 1월 10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본화랑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2021년 1월 10일(일)까지 존재와 욕망에 대한 탐구에 이어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숲 시리즈를 선보이는 권치규 작가의 개인전 ‘Bio-Resilience’를 연다.

▲권치규 작가의 숲 시리즈(사진=본화랑)
▲권치규 작가의 숲 시리즈(사진=본화랑)

싱그럽고 푸르른 숲은 인간과 자연과의 훼손된 관계성을 회복시켜주며 심신의 안정과 휴식처를 제공한다. 작가는 현대인의 동경의 대상인 숲의 표상적 이미지들을 색과 형태로 구현시킨다. 

우선 형태 면에서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자연이 가진 곡선과 유기적 모습을 그대로 살려 우거진 숲을 형상화한다. 하늘하늘한 이파리, 뻗어 나가는 나무줄기 등의 모양을 투조 기법처럼 제작하고 여러 겹을 중첩시켜 사각 혹은 원형 구조로 숲을 표현한다. 작품은 숲의 피상적 묘사를 초월해 자연의 힘과 에너지를 내포해 도심 속 힐링과 휴식을 전달한다.

한편, 색에 대해서 작가는 “각각의 오브제들은 어떤 색으로 입혀질 때 비로소 그것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한다. 즉, 색은 존재방식, 기분, 표정, 성격 등을 그대로 드러내는 오브제에 꼭 맞는 옷이다. 작가는 봄의 새싹들의 연둣빛을 ‘빛을 머금고 싶다’는 풀의 의지이자 생의 욕망이며 빛을 먹고 난후 만족의 표정으로 본다.

그러한 맥락에서 작품의 스테인리스에 채색된 형광빛 감도는 연두색은 숲의 피상적 모습을 넘어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나뭇잎과 시원한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의 생기와 에너지를 담은 빛깔이며, 단순히 숲을 재현하는 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닌 존재의 실재성을 드러낸다. 

숲은 짙은 생명력을 품고 있으며 정화와 치유의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생성의 기운이 가득한 숲은 손상된 환경의 재생과 회복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상징적 대상이다.

▲회복탄력성을 숲과 연계해 표현한 숲 시리즈(사진=본화랑)
▲회복탄력성을 숲과 연계해 표현한 숲 시리즈(사진=본화랑)

 
권치규 작가는 숲을 주제로 한 연작을 통해 인간의 잠재된 복원력과 자기 생성의 힘인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가시화해 자연의 섭리와 순환의 질서를 사유하게 한다. 물리학의 용어로써 회복탄력성은 ‘어떤 변형적 힘이 가해질 때 반대급부의 힘에 의해 원래대로 되돌아오려는 힘의 작용’이며 심리적 영역에서는 ‘정신의 스트레스 대항력, 삶의 본원적 의지’의 의미이다.

작가는 이러한 회복탄력성을 숲의 재생력과 복원력으로 은유해 조형 언어로 시각화한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죽음과 소멸의 시간을 거쳐 찬란한 봄을 맞이하는 숲은 이러한 기복과 굴곡을 하나의 순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강한 재생력으로 극복한다. 

작가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내재된 회복력이 있다고 믿는다. 인생의 역경과 고난은 삶의 한 흐름이며 인간은 내재된 회복탄력성을 통해 시련을 딛고 전진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성장할 수 있다. 작가는 “밑바닥에 떨어져서도 우리는 다시 재기의 희망을 본다”라고 말하며 숲의 은유를 통해 인간의 자기 회복력을 인식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은유적인 숲 시리즈 작품을 통해 도시 생활로 인해 멀어진 자연과의 교감을 회복하고 상실된 삶의 정서를 다시 찾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특히 요즘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에 위기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의 힘을 얻어가는 시간이 될 거라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