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용어와 안내문을 쉽고 바른 우리말로 순화하고자 지난 15일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박물관이 어려운 전문 용어나 한자어 대신 쉬운 우리말 위주로 안내문을 만들어 국민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앞장서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간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품 용어를 쉽게 풀어쓰기 위한 작업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품 명칭 용례집』(2015)을 발간한 이래, 설명문 작성 시 전문가의 윤문ㆍ감수를 진행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박물관에서 용어와 표현을 좀 더 쉽게 풀어써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전문가의 눈높이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안내문을 쓰고자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하게 됐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전국 21개 국어문화원과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 공공 문장 감수, 전문 용어 정비, 전국 우리말 가꿈이 지원 등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 10월부터 새롭게 개관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과 일본실을 비롯해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의 개편 상설전시실 안내문을 대상으로 시범 감수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시범 사업에는국어 전문가, 전시 담당 학예사뿐만 아니라 중학생이 감수에 직접 참여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과 그 이유, 보완했으면 하는 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렇게 모인 의견을 반영해 안내문을 보다 쉽게 다듬었다.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한 교사는“박물관 안내문 다듬기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부터 세심하게 준비한다면 박물관이 교육의 현장으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직접 안내문 다듬기에 참여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은 “평소 박물관에 갔을 때 안내문을 봐도 이해하는 데 가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안내문에 의견을 낼 수 있어서 뜻깊었다. 내가 낸 의견이 반영되어 더욱 기쁘다. 앞으로 박물관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안내문을 보고 더 이해하기 쉬웠으면 좋겠다” 라고 소감을 전했다.
두 기관은 업무 협약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박물관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안내문을 쉽고 바른 우리말로 제공하기 위한 지침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 21개 국어문화원에 있는 분야별·지역별 감수 전문가를 활용해 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지방박물관의 상설전시실 등에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도 소장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박물관 관람객과 이용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세심한 배려로 누구에게나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국민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국립박물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