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3밀, 3M, 3E
[윤중강의 뮤지컬레터]3밀, 3M, 3E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0.12.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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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3밀! 밀폐, 밀접, 밀집의 셋을 뜻한다. 2020년 코로나 위기 이전엔 못 들어봤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정부는 3밀을 엄중히 경계하고 있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일본에선 심지어 2020년의 한자로 '密'(빽빽할 밀)이 선정됐다. 교토(京都)의 기요미즈테라(淸水寺)에서 ‘올해의 한자’로 쓴 휘호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코로나시대에 3밀은 매우 위험하다. 3밀 업소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것이 사실이고, 3밀 업소를 중심으로 철저한 방역이 이뤄졌다. 

이제 3밀의 개념에 대하여 문화계로 넓혀보자. 반성적 시각을 가져보자.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도 3밀이 오래도록 존재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가 오래도록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코로나상황에서 3밀이 매우 위험한 것처럼, 문화계의 3밀도 분명 위험한 요소를 다수 내포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3밀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어디냐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존재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날마다 출근하는 곳이다. 거기가 3밀의 장소이지만, 당신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아니지 않다. 

3밀의 공간에 있는 당신이여! 당신은 스스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집단은 그럴지라도, 거기서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당신이 바로 그렇다. 당신은 아니지 않다. 당신은 다르지 않다. 당신이 바로 그렇다. 당신은 3밀의 공간에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오래 지내왔다. 당신이야말로 3밀의 공간에서 오래도록 기득권을 누려왔다. 그럼에도 당신은 기득권의 수혜자임에도, 어떨 때는 외부적으로 불만을 발설했다. 어떨 땐 당신이 애처롭지만, 어떨 땐 가소로웠다. 

3밀의 공간의 하나로, 여기서 국립국악원을 예로 들겠다. 매우 조심스럽지만, 그리하겠다. 왜 국립국악원을 예로 들었느냐고? 첫째, 대한민국 국공립단체로서는 역사적인 연원이 가장 오래되었기에 그렇다. 둘째, 2021년이 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그렇다. 셋째, 국립국악원이 문화적으로 존재하는 ‘3밀’을 해소하는데 선두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에 그렇다. 이런 세 가지 이유에서 그러하며, 여기선 지난 70년 동안 국립국악원이 이뤄낸 아름다운 성과는 잠시 거론하지 않기로 하니, 오해없길 바란다. 

국립국악원은 우리나라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곳으로, 국악 관련 인재가 밀집(密集)한 곳이다. 누구에겐 국립국악원은 애초 자신은 넘볼 수 없는 밀폐(密閉)된 성역과 같은 공간이다. 국립국악원의 내부 인원들은 이 조직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이미 매우 밀접(密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이나 국공시립단체에 소속된 우수한 당신이여! 당신의 능력을 인정한다만, 때론 ‘승자독식’이란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가? 코로나 이후의 뉴 노멀 (New Normal)시대가 오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국악계를 포함한 문화계에서도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때 가장 위험해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위계화(位階化)된 승자독식(勝者獨食)이다. 과거 당신은 어떤 사람과 ‘한 끝 차이’로 운명이 달라졌는지 모른다. 이 또한 능력이라고 하겠지만, 그런 결과엔 개인적인 영악함이 작용했고, 앞선 세대인 스승의 총애가 작용했는지 모른다. 좋다! 그것도 당신의 능력이다. 이제 그런 능력을 좀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국악계를 포함한 문화계도, 때론 자본시장과 다르지 않다. 3E가 존재했고, 당신은 그걸 영리하게 활용했다. 돈(Money) 시장(Market) 자신(Me)이란 세 가지 프레임 속에서, 당신은 성공가도를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의 당신을 인정한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그러지 말자! 말아야 한다! 

국립국악원의 조직이 각 단체의 운영과 관리를 원활하게 잘 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의 위기와 맞물려서 맞게 되는 국립국악원의 개원 70주년에는, 국립국악원이 전통음악을 전제로 해서 돌봄, 소통, 상생의 국악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정말 바란다. 

김용의 말대로, 3E가 요구된다. 탁월(Excellence), 사회적 약속(Engagement), 윤리(Ethics)의 세 가지가 절실하다. 지구를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데, 이제 당신이 기여할 때가 되었다. 당신은 영리하다. 누구에겐 영악하단 소리를 들었다. 이젠 당신 개인에서 떠나서 ‘영악함’을 ‘슬기로움’으로 전환해서, 윤리를 바탕으로 해서 공동체적 삶에 기여하도록 할 때가 왔다. 

슬기로운 당신이여! 뉴노멀시대가 원하는 시공(時空)을 택하여, 거기서 당신의 새로운 연대  (New Communion)을 만들어내라! 지구와 환경에 기여하는 연대를 만들어내고, 마을과 사람을 위한 공유의 프로그램을 계발하라! 밀집한 도시, 밀접한 관계, 밀폐된 극장이라는,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문화적 3밀’을 해결하는데 당신의 역량이 필요하다. 

국립국악원 연습실에 다 같이 모여서 영산회상 한바탕을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한양도성이 곳곳을 택해서 거기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정악독주를 하는 것은 어떠한가? 코로나의 상황에서 ‘재택근무’도 좋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예술을 세상 사람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마을공동체에 가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예술적 봉사를 하는 것은 어떠한가? 밀폐되고 폐쇄된 인상이 강한 국립국악원이다. 그 중의 한 곳을 '미래의 국악인‘을 위해서 상징적으로 비워두는 것은 어떤가?  

이젠 국악을 ‘장르’로 구분하지 말아야 하고, ‘세대’로 보아야 한다. “우리 세대의 삶을 훔치지 말라”는 10대와 20대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국립국악원에 이런 세대를 위한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 국악원의 아티스트와 와부의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해야 한다. 퓨전국악이 젊은 세대의 음악이라고 획일화하는 시각도 벗어나야 한다. 공연장을 빌려주는 것이 국공립공연장의 큰 역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악계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그것을 차이로 인정하면서 ‘다양성국악’을 만들어내는데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국공립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3밀을 극복하자! 3M과 결별하고, 3E를 영접하자! 변화의 시작은, 기득권의 포기다. 나를 포함해서 기성세대의 ‘자기적 반성’과 후세대를 위한 ‘실천적 노력’이 요구된다. 지금은 ‘문화적 3밀’을 극복하기 위한 ‘문화적 방역’의 수위를 높일 단계다. 대전환의 시대에 당신과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