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전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2.28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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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2021.4.1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80~90년대 급성장한 한국 현대 건축과 디자인사 재조명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변화된 당시 시각ㆍ물질문화 조망
사진, 도면, 스케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아카이브 및 작품 300여 점 소개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1980~1990년대 급격히 성장한 한국의 시각·물질문화의 기반을 재조명하는《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전을 과천에서 2021년 4월 11일(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장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전은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만들어진 여러 층위의 건축적 사건과 디자인 사물을 ‘올림픽 여파(Olympic effect)’라는 키워드로 재조명한다. 전시는 올림픽 자체보다 88서울올림픽이 촉발했던 당시의 도시, 환경, 건축, 사물, 이미지 등 급격히 변화된 풍경의 중첩된 면모들을 살펴본다. 이 과정 속에서 전시장의 아카이브는 당대 시각문화, 물질문화, 인공물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 수용되었는지 과정을 살피는 매개가 된다. 

전시는‘올림픽 이펙트’,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 ‘시선과 입면’, ‘도구와 기술’ 등 4부로 구성된다. 1980년대 초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디자인 과정과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변화한 도시 흔적을 도면, 청사진, 스케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살핀다. 이러한 기록과 잔상을 재맥락화한 작가들의 커미션 작업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전시의 시작인 진달래&박우혁의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은 88서울올림픽 전후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이미지와 건축ㆍ디자인의 패턴을 중첩하고 반복해 시간, 운동, 소리, 구조가 결합된 가상의 무대를 중앙홀에 연출한다. 
 
1부 ‘올림픽 이펙트’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위해 고안된 사물과 공간, 사건을 소환하며 이를 계획했던 과정과 그 결과가 지금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주요 올림픽 개최 도시들을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감독 게리 허스트윗의 <올림픽 시티>는 올림픽 유산과 지금 일상의 공존을 기록한다. 또한 개/폐회식 미술감독이었던 이만익의 아카이브가 최초로 공개되는데 색채계획, 공연의상, 무대장치 등 총체 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해 한국적 정서와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당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김수근의 ‘올림픽주경기장’모형은 올림픽을 계기로 탄생한 예술과 건축의 기념비를 상징한다. 

▲게리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 서울, 20152020,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42.1×62cm, 작가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게리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 서울, 20152020,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42.1×62cm, 작가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2부‘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디자이너, 건축가들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 규모 변화에 따른 조직과 시스템의 재구축 현상 등을 다룬다. 88서울올림픽 당시 삼성과 금성(LG), KBS를 비롯한 대형 조직에서 디자이너로 성장했던 이들의 영상 인터뷰와 관련 자료가 전시된다. 

3부 ‘시선과 입면’에서는 올림픽을 기반으로 구축된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조명한다. 올림픽 가시권을 배경으로 촬영한 최용준의 건축 사진은 도시 표면의 표정을 담고, 1980년대 중반 유학 후 서울의 생경한 모습을 담은 구본창의 <긴 오후의 미행>, <시선 1980> 시리즈는 국가 프로젝트의 틈새와 간극을 포착한다. 또한 서울과학사의 <디오라마 서울>과 모형 제작사 기흥성의 건축 모형은 올림픽 유산으로 남은 여러 건축물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4부 ‘도구와 기술’에서는 올림픽 전후 고도의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며 컴퓨터와 웹의 보급으로 변화된 환경을 재조명한다. 대형 빌딩은 도시 풍경과 업무 환경, 방식을 변화시켰다. 자와 컴퍼스 같은 설계 도구들은 컴퓨터와 CAD프로그램 도입으로 스크린이 대체했으며 사무자동화(OA- Office Automation)는 사무실 풍경을 변화시켰다. 권민호의 <일하는 손>은 도면 위 고유한 몸짓으로 공간과 사물을 상상하던 디자이너들의 작업대를 재현한다. 텍스처 온 텍스처의 <계획하는 도구>는 1980년대 설계도구들의 잊힌 구실을 환기시킨다.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모형, 기흥성 제작, 145 x 145 x 30cm, 1980년대, 기흥성뮤지엄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모형, 기흥성 제작, 145 x 145 x 30cm, 1980년대, 기흥성뮤지엄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으로 온라인 활성화를 위해 전시 맥락과 내용을 재구성한 영상 작업 다이아거날 써츠의 <2 0 2 0 1 9 8 1 : 장면의 뒤편>이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포스트올림픽세대 도시기록가 콜렉티브 ‘서울스테이지(@seoulstage)’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도시 속 숨은 올림픽 유산을 찾는 작업을 전시 기간 동안 선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 전용 아카이브 인스타그램 계정 ‘올림픽 이펙트(@mmca.olympic)’도 운영된다. 

전시는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옛 것과 새 것,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사이에서 갈등했던 올림픽이 촉발하는 문제의식을 넘어 우리 현재를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한 조건들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올림픽이라는 사건 전후에 놓인 한국 현대 건축과 디자인 실천들을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건축과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변화된 시각문화 담론 확장과 코로나 시대 국제 이벤트의 유산을 재고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에도 건축, 디자인, 공예 등 장르 확장 및 균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