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AT 미술관, ‘매체의 재조명 : 동아시아 영상 예술의 부상’展 개최
OCAT 미술관, ‘매체의 재조명 : 동아시아 영상 예술의 부상’展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1.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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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 OCAT 미술관에서 개최
영상 예술 발전 공헌한 주요 작가들 재조명
우리나라 작가, 김구림, 김순기, 박현기, 백남준 화백 작품 선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중국 상해에 위치한 OCAT 미술관에서 ‘매체의 재조명 : 동아시아 영상 예술의 부상’展이 열린다. 

▲김구림 ‘Light Bulb(1975 作)’(사진=아라리오갤러리)
▲김구림 ‘Light Bulb(1975 作)’(사진=아라리오갤러리)

동아시아에서 영상 예술이라는 매체 발전에 공헌한 주요 작가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킴 마찬(Kim Machan)이 전시 기획을 맡았다. 참여작가 15명 중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 김구림, 김순기, 박현기, 백남준 등 우리나라 작가 4명이 전시작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김구림 화백은 회화와 조각, 해프닝, 설치미술, 메일아트, 대지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을 거듭해온 한국전위미술의 선구자이다. 특히 1970년에 ‘제 4집단’이라는 퍼포먼스 그룹을 결성해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퍼포먼스를 잇달아 발표하며 한국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김구림의 작품들은 동시대의 단면을 반영해왔으며 그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전위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품 ‘Light Bulb(1975 作)’을 선보인다.

김순기 화백은 1946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회화의 해체에 관심을 두던 중, 1971년 니스에 위치한 국제예술교류센터의 초청작가로 선발되어 프랑스로 건너갔다. 1974년 마르세유 고등미술학교에 임용된 후 프랑스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1968혁명 이후의 자유롭고 지적인 토론이 활성화되었던 남프랑스에서 쉬포르 쉬르파스 그룹 등 실험적 예술가 그룹과 교류하면서 활동했다. 특히 ‘조형상황’(1971-75) 연작 등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퍼포먼스와 비디오 등 일찍부터 철학, 예술,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작품을 발표해왔다. 

▲김순기, ‘Voie-Voix Lactée(1988 作)’(사진=아라리오갤러리)
▲김순기, ‘Voie-Voix Lactée(1988 作)’(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Etang de Vaccarèes(바카레스 호수, 1985 作)’와 ‘Voie-Voix Lactée(1988 作)’이 공개된다. ‘Etang de Vaccarèes’는 비디오의 호흡과 찍는 자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물아일체의 상태를 물리적으로 구현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의 템포에 맞춰 렌즈의 조리개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행위는 비디오라는 매체를 신체로 관통하며 서로 하나가 되는 원초적 경험을 선보인다.

‘Voie-Voix Lactée’는 파리와 서울 간의 여정을 기록한 비디오를 한 시간짜리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다시 서울에서 파리까지의 왕복 여정을 60분이라는 비디오테이프의 한정된 시간에 담았다. 촬영하는 동시에 편집하는 방식으로 촬영시간이 곧 편집시간이 된 작품을 만들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을 의미하지만 작가에게 시간이란 절대적 세계 안에 있는 부분들 간의 유기적이고 순환적인 교류가 있게 하는 가능성이다. 시작과 끝을 기록하는 타임 스탬프가 찍힌 영상을 실시간으로 뒤섞어 편집한 ‘Voie-Voix Lactée’에서 어제와 오늘이라는 시간성, 그리고 오고 감이라는 방향성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

박현기 화백은 국내에서 비디오를 본격격으로 예술에 도입했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이다. 비디오 아티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백남준이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며 1984년에야 비로소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한 데 반해, 박현기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영상 매체를 작품에 활용하며 독특한 비디오 작업을 했다. 

▲박현기, 무제 (TV & Stone),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모니터, 돌, 가변크기(사진=갤러리현대)
▲박현기, 무제 (TV & Stone),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모니터, 돌, 가변크기(사진=갤러리현대)

이번 전시에는 박현기의 대표작 2점을 선보인다. ‘무제 (TV Stone Tower)’와 ‘무제 (TV & Stone)’는 모두 1984년 대만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 70년대의 조류》에 출품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당시로써는 새로운 매체인 ‘비디오’를 활용하면서도 그것을 매우 동양적인 정신의 바탕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그의 초기 비디오 작업은 돌탑 사이에 돌을 찍은 영상 모니터를 끼워 놓은 것들이다. ‘그냥 돌’과 ‘모니터 돌’은 서로 중첩되어,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구별 자체를 모호하게 한다.

이 밖에도 카츠히로 야마구치, 오노 요코, 야마모토 게이고, 구보타 시게코, 왕공신, 엘렌 바우,  첸 샤오시웅, 겅 지엔이, 위안광밍 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월 21일(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