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디자이너 활동
귀스타프 도레가 펜화 접한 뒤 크게 감명받아 펜화의 길로 전향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펜화 세계 구축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김영택 화백이 향년 76세의 나이로 13일 대장암 투병 도중 별세했다.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해왔으나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타계해 문화예술계에 비보를 전하게 됐다.
김형택 화백은 우리 문화재를 비롯해 세계의 건축물을 섬세하게 그린 ‘기록펜화’의 거장이다.
홍익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고인은 1972년부터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며 고구려 벽화 및 조선백자 등을 디자인의 소재로 활용했다. 이후 홍인디자인그룹을 세워 20년 동안 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고인은 1993년 국제디자인단체인 ITC(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가 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수여 하는 '디자인 앰버서더' 54명 중 한 명에 선정됐다. 이듬해 ITC 주최로 벨기에 오스탕트에서 열린 제1회 세계디자인 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참여했다.
그러다 1994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프랑스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귀스타프 도레가 펜으로 그린 성서를 접한 뒤 크게 감명받고 펜화의 길로 전향했다. 생전의 그는 “우리 문화재를 펜화로 기록해 알리자는 마음이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고인은 독학으로 펜화를 익히고, 여러 풍경을 담으려 전국을 답사했다.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굵기로 만든 뒤 종이 위에 수십만 번 선을 그어 펜화 수백 점을 남겼다. 카메라와 타인의 시각적 특성을 살린‘김영택 원근법’을 사용해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펜화 세계를 구축했다.
고인은 양산 통도사, 해인사 일주문, 황룡사 9층 목탑, 금강산 신계사 등 전통 건축물을 펜화로 재현했다. 특히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1910년대 전경 등 우리 건축 문화유산의 옛 모습을 펜화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생전 한국펜화가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화업 30년을 회고하는 마지막 개인전이 오는 20일(수)부터 내달 15일(월)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빈소는 인천 청기와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 오는 15일(금) 13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