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펜화의 거장’, 김영택 화백 13일 별세
‘기록펜화의 거장’, 김영택 화백 13일 별세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1.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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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76세의 나이로 타계
20년 동안 디자이너 활동
귀스타프 도레가 펜화 접한 뒤 크게 감명받아 펜화의 길로 전향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펜화 세계 구축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김영택 화백이 향년 76세의 나이로 13일 대장암 투병 도중 별세했다.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해왔으나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타계해 문화예술계에 비보를 전하게 됐다.

▲김영택 '서울 석파정 유수성중관풍루', India ink on Paper, 36x50㎝(사진= 가나문화재단)
▲김영택 '서울 석파정 유수성중관풍루', India ink on Paper, 36x50㎝(사진= 가나문화재단)

김형택 화백은 우리 문화재를 비롯해 세계의 건축물을 섬세하게 그린 ‘기록펜화’의 거장이다.

홍익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고인은 1972년부터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며 고구려 벽화 및 조선백자 등을 디자인의 소재로 활용했다. 이후 홍인디자인그룹을 세워 20년 동안 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고인은 1993년 국제디자인단체인 ITC(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가 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수여 하는 '디자인 앰버서더' 54명 중 한 명에 선정됐다. 이듬해 ITC 주최로 벨기에 오스탕트에서 열린 제1회 세계디자인 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참여했다. 

그러다 1994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프랑스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귀스타프 도레가 펜으로 그린 성서를 접한 뒤 크게 감명받고 펜화의 길로 전향했다. 생전의 그는 “우리 문화재를 펜화로 기록해 알리자는 마음이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김영택 '서울 창경궁 옥천교 용면상', India ink on Paper, 36x50㎝ (사진= 가나문화재단)
▲김영택 '서울 창경궁 옥천교 용면상', India ink on Paper, 36x50㎝ (사진= 가나문화재단)

고인은 독학으로 펜화를 익히고, 여러 풍경을 담으려 전국을 답사했다.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굵기로 만든 뒤 종이 위에 수십만 번 선을 그어 펜화 수백 점을 남겼다. 카메라와 타인의 시각적 특성을 살린‘김영택 원근법’을 사용해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펜화 세계를 구축했다.

고인은 양산 통도사, 해인사 일주문, 황룡사 9층 목탑, 금강산 신계사 등 전통 건축물을 펜화로 재현했다. 특히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1910년대 전경 등 우리 건축 문화유산의 옛 모습을 펜화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생전 한국펜화가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화업 30년을 회고하는 마지막 개인전이 오는 20일(수)부터 내달 15일(월)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빈소는 인천 청기와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 오는 15일(금) 13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