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문화재단, ‘故 김영택 펜화전’ 개최
가나문화재단, ‘故 김영택 펜화전’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1.1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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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5 인사아트센터
기록펜화의 거장, 김영택 화백의 회고전
서울 청계천 종묘 정전, 석파정 유수성중관풍루, 인천 청관 패루, 해남 대흥사 무염지 등 한국의 풍경 10여점 전시
프랑스 노르망디 몽생미쉘, 로마 콜로세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등 총 40여점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가나문화재단이 섬세한 펜으로 한국과 일본, 나아가 전세계의 고건축물을 표현한 김영택 화백(1945-2021)의 「김영택 펜화전」을 오는 20일(수)부터 2월 15일(월)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영택 화백이 그린 콜로세움 펜화(사진=가나문화재단)
▲김영택 화백이 그린 콜로세움 펜화(사진=가나문화재단)

김영택 화백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발달한 붓 문화와는 달리 동시대 서양에서 발달한 펜 문화로 기록화가 발달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0.03mm 펜촉으로 수만 번의 세밀한 선을 그어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의 고건축 문화재를 고증하는 새로운 ‘기록펜화’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김영택 화백은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홍인디자인그룹을 세워 20년 동안 경영했으며 1933년 국제디자인단체인 ITC(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가 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수여 하는 ‘디자인 앰버서더’ 54명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다음 해 ITC 주최로 벨기에 오스탕트에서 열린 제1회 세계디자인 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때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프랑스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귀스타프 도레(1832~1883)의 펜화로 그린 그림 성서를 보고 펜화의 매력에 매료된다. 이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뒤로하고 작가의 길로 전환한다. 

작가는 펜화의 기본인 서양의 기법도, 당시 유행하던 일본의 기법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로지 본인만의 한국적인 펜화를 꾸준히 그려나갔다. 이후 작가는 중앙일보에 '김영택 화백의 펜화 기행'이라는 제목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품을 연재한다.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연재를 지속하며 건축문화재의 아름다움을 펜화에 담아 널리 알렸다. 작가는 훼손된 건축 문화재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복원함으로써 선조들의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지혜와 가치를 작품에 녹여냈다.

▲몽생미셀을 펜화로 표현한 작품(사진=가나문화재단)
▲몽생미셀을 펜화로 표현한 작품(사진=가나문화재단)

카메라는 단일 정지 이미지를 캡처하지만, 우리의 눈은 환경과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조정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사람의 시각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김영택 원근법을 만들었다. 먼 곳은 작게, 가까운 곳은 크게 그리는 서양인들의 정확한 원근법이 나는 '본다'라는 적극적 의미의 인간 중심의 시각이라면, 김영택 원근법은 내게 '보인다'라는 대상 중심의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피사체를 더 잘 보이게 표현해 사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닌, 사물을 위한 그림이 되는 것이다. 김영택 원근법은 동양의 원근법과 유사하며 작가의 작품에서 한국화의 감성적 감흥을 재차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작가는 이러한 화풍으로 독보적인 펜화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는 서울 청계천 종묘 정전, 석파정 유수성중관풍루, 인천 청관 패루, 해남 대흥사 무염지 등 한국의 풍경 10여점, 일본 나라 호류지 금당과 5층탑, 일본 오사카성, 교토 헤이안신궁 태평각 등 일본 고건축 복원화 작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노르망디 몽생미쉘, 로마 콜로세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등 총 40여점을 선보인다.

한편, 전시 개막을 일주일 앞둔 13일, 김영택 화백이 향년 7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문화예술계에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