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2021년 공연작 20편 공개…“파우스트 엔딩, 조씨고아,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
국립극단 2021년 공연작 20편 공개…“파우스트 엔딩, 조씨고아,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1.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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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온라인극장 영상화 사업 병행
‘채식주의자’, ’스트레인지 뷰티’(가제) 등 국제 교류 사업 추진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극단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ㆍ축소ㆍ연기 된 작품과 관객들이 기다려온 인기작, 동시대 이야기를 무대 위에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는 주목 받는 연출가들의 신작, 이제껏 국립극단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의 작품 등으로 2021년 라인업을 구성했다. 

▲2021년 공연 예정작 ‘파우스트엔딩’, ‘만선’, ‘SWEAT 스웨트’ [2020년 취소작]
▲2021년 공연 예정작 ‘파우스트엔딩’, ‘만선’, ‘SWEAT 스웨트’ [2020년 취소작]

2021년 첫 작품은 2월 26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파우스트 엔딩>이다. 2020년 창단 7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극단 원로배우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의 의견을 수렴하여 선정된 기념 레퍼토리로, 2020년 연습 중 주연배우 부상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작 중단되어 2021년 다시 기획된 작품이다.

원작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으로, 문학, 철학, 종교, 정치, 전쟁 등 인간의 모든 문명을 아우르며 다양하고 폭넓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고전의 진수로 꼽힌다. 국립극단 역사상 3명의 연출가에 의해 각기 다른 프로덕션으로 공연된 대작으로 조광화 연출의 4번째 <파우스트 엔딩>에서는 동시대적인 재해석과 특유의 명료하고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3월 12일부터는 <X의 비극>이 관객들과 만난다. 이유진 작 <X의 비극>은 국립극단 온라인 상시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을 통해 <고독한 목욕>,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에 이어 발굴된 세 번째 작품이다. 탈진한 주인공 X세대 현서는 생존을 위해 모두가 달려야 하는 현실 속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드러누워 버린다. 실제 X세대 출신인 작가는 현서와 주변인들을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리는 동시에 그들이 살아가는 비극을 현실감각과 위트가 넘치는 대사로 표현하며 낭독 당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2021년 제작공연에서는 장르를 뛰어넘는 미학을 구현해온 윤혜진 연출과 함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며 동시대 관객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자 한다.

4월 9일부터는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무대에 오른다. 2020년 한 달간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립예술단체 공연 중단 지침으로 인해 단 일주일간 공연하며 많은 연극팬들의 아쉬움을 불러 일으켰다. 올해는 ‘온라인극장’의 고도화된 영상화 사업을 병행하여 대면 관객 뿐 아니라 온라인 관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2021 영상화 예정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모습(사진=국립극단)
▲2021 영상화 예정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모습(사진=국립극단)

최근 연극상을 휩쓸며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두 연출가 구자혜, 신유청의 신작도 기대할 만하다. 비주류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해 온 차세대 예술가 구자혜의 신작 <로드킬 인 더 씨어터>는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연과 동물의 죽음을 극장에서 구현한다.

세상의 주류인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끊임없이 맞아야 했던 ‘동물’의 로드킬을 무대로 옮겨 와 관객을 목격자로 맞이한다. 전 회차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배리어프리) 공연으로 구성하여 보다 다양한 관객들에게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영상화 작업을 통해 독특한 서사구조와 무대미학을 영상에 녹여낼 예정이다.

신유청의 신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미국의 현존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대표작으로 초연 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반동성애적 분위기의 사회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버텨야 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현실적인 정치사회와 천사가 현실을 넘나드는 은유적 서사로 풀어냈다. 2부로 구성된 작품을 합치면 장장 7시간 30분이라는 대서사시로, 12월에 1부, 2022년 2월에 2부로 나누어 공연할 계획이다. 

기획전 ‘SETUP 202(가제)’는 국립극단에서 그간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들에 도전하고 동시대와 호흡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성소수자, 로봇 시대의 연극, 테크놀로지 기반의 융복합 예술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들이 서계동의 빨간 극장에서 경쾌한 페스티벌 형태로 펼쳐진다.

한국 문학계에 퀴어 서사 열풍을 일으킨 박상영 작가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올해 제작 공연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2020년 낭독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했으며, 관객 피드백을 토대로 완성도를 높였다. 4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한편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주제와 형식의 공연을 묶은 프로젝트 ‘SETUP 202(가제)’의 일환으로, 같은 기간 소극장 판에는 초청작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이 국립극단 마당에는 <당클매다>가 공연되어 서계동 국립극단 전체가 실험과 도전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은 미래의 로봇 배우라는 설정을 통해 급격한 기술 발달 속에서 연극에 대해 되묻는 1인극으로, 시리즈 두 편을 연달아 공연한다. 2020년 ‘하지맞이 놀굿풀굿’ 쇼케이스로 탄생한 <당클매다>는 우리의 전통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빛과 음악으로 가득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단됐던 국제 교류 사업도 다시 추진한다. 벨기에 리에주 극장과 협업을 통해 한강 원작, 셀마 알루이 연출의 <채식주의자>, 배요섭 신작 <스트레인지 뷰티>(가제) 등을 벨기에 현지에서 먼저 선보인다. 

김광보 예술감독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작품으로 <로드킬 인 더 씨어터>와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꼽으며 “국립극단은 좀 더 예민하고 섬세한 주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 두 작품이 동시대의 새로운 담론을 종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2021 국립극단 공연사업 소개
▲2021 국립극단 공연사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