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 코로나 팬데믹 2021년 … 두 얼굴의 ‘비대면 문화’
[박희진의 문화 잇기] 코로나 팬데믹 2021년 … 두 얼굴의 ‘비대면 문화’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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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문화계도 현실을 반영해 발빠르게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전염병 확산에 따라 초토화된 문화계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옴짝달싹 못했던 문화계가 비대면으로 모든 행사를 전환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기에 2021년 문화계는 비대면 시대를 거하게 준비하고 있다. 개개인의 대면 축소와 공동체 외면의 확장 속에 우려되는 ‘비대면 문화’의 두 얼굴을 돌아본다.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문화계는 크게 휘청였다. 아니 문화계 생존 자체가 우려될 지경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장기화는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생존 하기 위한 ‘언택트(Untact) 문화’라는 커다란 반향을 몰고 왔다. 이 시대 문화 위기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현장이 사라져가는 문화가 우리 삶에 뒷전으로 밀려나면서부터 위기에 국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역 곳곳의 문화시설의 셧다운을 반복하게 했고, 사실상 문 닫는 것이 속 편할 만큼 몇 안되는 관람객 조차 모시기에 부담이 컸기에 다수의 시설은 문을 닫았다.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문화계 나름 돌파구를 찾은 것이 비대면 온라인 채널을 통한 문화향유였다. 준비되지 않은 위기였지만 투자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생계를 유지하고 비대면의 기반이 될 수 있기에 발빠르게 온라인 채널을 확보하고 비대면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 향유지만, 실지 문화예술의 생존을 위한 시도였다고 본다. 

미술계는 전시에 참여하는 다수의 예술인들이 코로나 이전부터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거나 온라인 채널 등을 통상적으로 활용해왔기에 이들의 영상채널을 온라인 전시로 응용한 데에서 발빠르게 비대면을 준비했다. 이제는 미술관과 박물관, 화랑 등의 전시는 물론, 미술품 경매시장과 아트페어와 같은 행사까지도 비대면 채널로 소개한다.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매우 만족해하고 있지만 얼마나 지속적으로 많은 예술인에게 비대면 문화적응을 위한 지원이 가능하느냐가 변화대응에 과제가 된다. 비대면 콘텐츠가 광활해질수록 다양한 예술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데는 좋을지언정 지속적인 예술인 발굴과 미술시장의 소비 확대가 받쳐주지 않는 이상 비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지속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비대면 문화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예술인은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기도 전에 소외되기 십상이다.

공연계도 어려움은 컸다. 적자에 눈물을 머금고 띄어앉기 공연을 강행하거나 야외공간에서  멀찌감치 관람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공연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라도 공연이 진행된다면 다행이다. 코로나 여파가 심각한 곳은 연극계에 있다. 코로나 초기단계부터 연극계는 공연이 줄지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다수의 공연장들이 경영난을 이기고 못하고 폐관하거나 무대 자체를 실연했다. 

무대 가까이에서 배우와 관객이 교감하는 연극 무대는 사라지기 시작했고, 관객과의 교감이라는 연극의 본질을 논하기 앞서 무대에 서는 연극인들이 당장의 생계를 위해 연극계를 떠나는 것 자체가 연극의 존폐까지도 위협하는 것이다. 연극 무대 또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공연이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연극으로의 전환으로 예술 체험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극장가도 힘겹게 버티기는 마찬가지이다. 영화 제작과 개봉 자체가 미뤄지고 한국영화를 찾던 전 세계 관객들 조차도 발길을 끊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규모의 투자로 만들어진 국내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ver The Top/OTT)에 의존해 최신영화를 개봉하고 있다. 새로운 영화 송출 채널의 입지는 이미 굳혀진 분위기이고 코로나19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아래 ‘극장’에 모여서 관람하는 방식 자체가 부담이기에 영화계도 커다란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다수의 문화예술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현장성이 강조되는 예술 ‘본질’의 존립에 우려가 크다. 일부 장르는 비대면으로의 새로운 장르 또는 융합장르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앞서 연극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의 본질’에 대해 깊이 관여되어 있는 장르에 대해서는 비대면 문화에 대하여 한번쯤은 깊이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습 중심으로 이뤄지는 예술교육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집콕하는 누구나 참여가능한 체험형 키트를 제공해 예술가와 온라인으로 만나는 예술 체험은 오히려 더 많은 대중이 예술로 즐거운 놀이와 체험으로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긍정적인 예술적 경험이 될 수 있다. 체험형 예술교육과는 달리 사제 간 전수(傳受)를 통해 교육되어야 하는 전문 예술교육 분야(전통예술 포함)에서는 비대면 교육 자체가 예술인 육성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역예술대학은 최근 몇 달간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 예술교육을 진행하였고, 학생도 학교 측도 매우 갑작스러운 교육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의 교육에 대해 고민했다. 교수진들은 그 대안을 마련하느랴,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방식에 적응하느랴 한 해를 쏟아부었다. 예술교육에 있어 스승으로부터 ‘전수(傳受)’되는 실기 교육의 현장은 예술의 본질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예술교육에 있어서는 최대한 대면으로 교육이 이뤄지길 많은 연구자들이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문화예술의 특성 상 어느 장르를 불구하고 그 문화의 현장감이 무시될 수는 없다. 온라인 수업 방식은 교수와 학생 모두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하다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직접 해보고 피드백해야 하는 현장에서의 실기 수업이 병행되어야 하는 예술 과목의 경우 현장감마져 떨여진 상황에서 이해도 안되고 궁금증만 야기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교육이 불가한 것이다.

예술은 ‘지식’을 전달하는 소스가 아니다. 비대면을 피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비대면의 문제는 단연 실기위주의 전문가 예술교육에서만 야기되는 문제가 아닌 예술이라는 분야 전반에 ‘본질’을 찾는데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온라인 전시와 공연, 영상채널을 통한 예술가와의 소통 등으로 비대면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형 공연사나 기획사는 비대면을 통해 또다른 문화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한다. 그들에게 있어 팬데믹 비대면 시대는 온라인 유료채널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는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환경이기에 매우 반겨하는 분위기지만 준비되지 않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내야하는 예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예술창조의 고민을 넘어 또다른 치열한 생존경쟁이 아닐 수 없다.   

생존을 위해 변해야하고 성공하기 위해 비대면 시대 전문가가 되어가는 노력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비대면 문화가 단절과 고립, 외면으로 변질된 뉴 노멀(new normal/변화에 새롭게 부상한 표준)이 아닌 삶과 예술 모든 면에서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르지만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놓치지 않는 ‘비대면 뉴노멀’ 시대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