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포스트 펜데믹, 그 날이 오면..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포스트 펜데믹, 그 날이 오면..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1.01.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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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코비드라는 단어를 이렇게 오래 일상 속에서 접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해외를 나가지 못하고 지인들과 어울려 떠들썩한 저녁시간을 가져 본 것이 언제였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 

불과 1년 사이에 우리의 삶은 아주 독립적이고, 정적이며, 심심해졌다. 

2021로 바뀌는 시점에 여러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코비드의 소멸은 공통된 바램이다. 그리고 꿈꾼다. 소멸 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삶은 코비드 이전의 일상이기를..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 모두 그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서울시 빛축제에 대한 뉴스가 나온 것은 2019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6년, 세계의 도시조명 정책 담당 혹은 그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각 도시의 빛에 대한 사례와 도시빛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발표하는 국제회의가 서울 DDP에서 열렸고 이 때 도시의 조명 여건이나 정책 그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선두인 서울시는 2019부터 2년간 국제도시조명연맹의 회장도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시의 대표 야간명소의 부재 혹은 빛축제를 통한 관광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사실상 리옹이나 시드니 그리고 기타 동절기 밤이 긴 북유럽도시- 헬싱키나 암스테르담등 - 들이 이미 빛축제로 도시의 이름을 알리고 비수기에도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축제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미 조명 관련 기술이나 연출, 미디어 아트등 관련 산업의 수준은 감히 최고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고 판만 만들어지면 담을 ‘거리’는 충분했다. 더구나 정부에서 이미 4차 산업에 힘을 싣고 주변 산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조명은 여러 갈래에서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한류를 이끌어낸 문화 예술 DNA는 세계를 향한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였으니..

빛축제의 대명사 리옹의 FETE DE LUMIERE의 기원은 종교적, 역사적인 사건 그리고 리옹시민이 등장한다. 간단히 언급하자면, 1854년부터 매년 12월 8일 리옹의 카톨릭교회에서 마리아의 무염수태를 기념하기 시작하였는데 중세 유럽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고간 페스트가 유행했던 시기, 도시를 보호해 달라는 성모마리아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과 감사의 표시로 창문에 밝혀 둔 촛불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축제 Festival의 원래 뜻은 ‘공동체에 의한 종교행사’로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천재지변이나 전염병과 같이 자신들이 모르는 세계 혹은 힘이 미치지 않는 대상으로부터의 무탈을 위한 기도와 제사의 의미로 축제를 해왔던 것이다. 그것은 현실의 아픔으로부터의 벗어남을 꿈꾸는 가장 절박한 순간의 행위였을텐데 이것이 관광요소로 변질되고 재미, 즐거움의 대명사가 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그 시기, 촛불에 담은 염원이 현실적인 페스트의 소멸을 이끌어 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페스트가 완전히 물러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2월 8일 각 가정에서 창문에 촛불을 밝히고 다시 전염병이 찾아오지 말아 달라는 염원을 빌었다.

이렇게 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기원하던 촛불은 1998년부터 공공디자인의 힘을 입고 빛축제로 확장되어 이제는 리옹의 경제까지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말 프랑스 및 유럽 전역에서 연일 코비드 감염자와 사상자 수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을 때, 일찌감치 빛축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된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어도 리옹의 빛축제의 취소 소식은 들리지 않고 오히려 개최를 향한 움직임을 보여 ‘종교의식과 결합한 오랜 전통 축제의 힘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결국 취소되었다)

백신에 대한 뉴스, 집단 면역에 대한 희망의 시기를 갈구하며 조금씩 포스트 팬데믹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빛이 주는 치유의 힘을 빌어 코로나를 물리치고 다시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일상을 망가뜨리는 병이 유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빛축제 계획안에 대한 과거의 뉴스를 들여다본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간절함으로 밝음을 마주하고, 빛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에서 힘을 얻어 환한 표정으로 즐길 수 있는 빛축제가 서울시 전역에서 열릴 그 날을 기대해본다.

그 날만은 적정조도, 에너지효율, 빛공해 이야기를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