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에서 예술을 캐는 사냥꾼 전제훈의 광부전
막장에서 예술을 캐는 사냥꾼 전제훈의 광부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1.02.0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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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오는 10일까지 열려 ....

 

광부작가 전제훈  ⓒ정영신
광부작가 전제훈 ⓒ정영신

태백산은 어머니 품 같은 산이다. 오랫동안 탄광에서 나온 검은 황금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탄광촌은 하늘 빼곤 물도 땅도 온통 까만 동네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온 대지에 하얀 이불을 펼쳐놓은 듯 아름답지만, 하루 만에 석탄가루가 자욱하게 내려 앉아 검은 눈 세상으로 변한다.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광부사진가 전제훈의 빛을 캐는 광부전은 지하4000미터 막장에서 건져 올린 광부들의 일상적인 삶을 기록한 사진으로 지난 1일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전시장에는 그가 막장에서 캐낸 석탄과 광부의 작업복, 안전모, 캡램프, 장화도 함께 전시됐다. 또한 막장에 들어가듯 캡램프를 쓰고 지하로 내려가 사진을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구성해 어둠속에서 빛을 캐는 작가의 소망을 엿볼 수 있다.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그는 30년째 갱내에서 일을 하는 광부이다. 몇 년 전에 명예퇴직을 했지만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다시 입사해 동료들에게 광부사진가로 불리지만, 갱내에서 화약관리자로 발파도 하고 안전관리를 한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촌에서 막장은 광부의 일터다. 석탄을 캐기 위해 굴을 뚫고 들어가는 갱도 끝의 막다른 길이다. 작업장에는 까만 석탄 벽이 빨아들이는 불빛 속을 떠다니는 석탄가루가 보인다. 탄광 기록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전제훈 작가는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지금은 사명감으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그가 작업노트에 말하고 있는 갱내의 순간을 함께 들여다보자.

내가 작품을 만드는 이곳은 너무 깜깜해서 당장 코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그런 곳이다. 하이바에 달린 안전등 하나가 내 앞길을 밝혀 주지만, 땅속 깊은 거대한 암흑 속에서는 작은 성냥불만도 못하다. 또한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작업하지만 당장 1분 후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우리 인간의 삶과도 같다. 삶에 에너지가 되어 주었던 탄광은 이제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석탄이 바닥나기도 전에 탄광은 모두 문을 닫을 것이고, 암흑에 쌓인 이곳의 삶도 같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탄광의 마지막 광부세대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광부들은 지하 4,000미터를 지나 막장에 도달하면 갱도를 뚫고 석탄가루가 날리는 좁은 공간에서 석탄을 캐낸다. 습도가 높아 지열이 끊임없이 나와 온도는 30도가 넘는다고 한다. 검은 탄가루가 얼굴과 장비를 뒤덮고 작업복은 땀과 석탄 범벅이 되지만 광부들은 묵묵히 석탄만을 캐낸다, 흥건히 젖은 땀에 탄가루가 달라붙어 작업복이 반들반들한데, 광부들은 희한하게도 빛이 난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또한 광부들이 무더운 갱내에서 땀을 말리기 위해 젖은 옷 속에 호수로 외부공기를 투입시켜 몸을 식히는 모습의 사진은 삶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그는 갱내에 들어갈 때 작업복을 두벌이상 챙겨가야 합니다. 옷에 묻은 땀이 장화 속으로 흘러들어 가 장화를 거꾸로 들어 고인 땀을 컵에 쏟아보면 반 컵 이상 나옵니다중간에 옷을 갈아입어야 일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그의 광부사진은 실재하는 가장 정확한 기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어느 누구도 그 가치를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빛을 캐는 사냥꾼이자 기록자이자 장인이다. 그가 작업을 통해 보여준 사진은 뜨거운 삶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고여 있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가공되지 않는 빛 속에서 일상적인 광부의 작업을 통해 현실을 서정적으로 승화시킨 독특한 분위기가 사진에 묻어있다. 석탄 캐는 광부를 눈으로 의식하지 않고, 가슴으로 표현하려는 그의 마음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사진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탄광 (사진제공/전제훈작가)

전제훈 작가의 빛을 캐는 광부전은 오는 10일까지 열린다.

전시문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20. 02-396-8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