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3)
떡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한번 씩은 겪고 지나가는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장만하고,
각 떡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허나 오늘날 시대의 흐름에 따른 문화의 변화로 인해
집단적인 공감이 약해지고 있어
세시풍속과 세시음식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통과의례마저 생략돼 가고 있지만,
그나마 떡은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예부터 음력1월1일 아침에는 떡국을 끓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
떡국은 정초차례와 세찬에 없으면 안 될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으며, 손님이 오면 떡국을 대접했다.
한해가 시작되는 날 먹었기 때문에 떡국을 먹는다는 것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다.
설에 먹는 흰 빛깔의 떡국은 단순히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새해의 티 없이 밝은 한 해를 소망하는 뜻도 담고 있다.
우리는 익숙하지 못한 대상을 일컬을 때에 ‘설다’고 한다.
따라서 아무것도 섞지 않은 흰 떡을 끓여 먹는 떡국은
새해의 처음과 깨끗함을 상징한다.
정읍장에서 만난 94세된 안씨할매는 대목장만큼은 아들과 함께 나와
생선과 고기를 사고, 방앗간에 나와 가래떡을 한다고 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장안을 휘이휘이 돌아다니다보면
오랜만에 사람과 사람사이가 가까워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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