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신임 문체부 장관에게 바란다…다시, 문화의 힘
[박희진의 문화 잇기]신임 문체부 장관에게 바란다…다시, 문화의 힘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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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강원도 산불 진화에, 블랙리스트 뒷 수습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박양우 장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현장에 답이 있다”던 박 전 장관은 재임기간 강원도 고성 산불로 인한 문화재 훼손과 문화시설의 피해 복구를 위해 만전을 기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문체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차관 출신이었던 그는 조직을 추스르는 데에도 최선을 다했다. 문체부 각 부서의 실무를 알고 있었던 박 장관이 문체부 수장으로 지휘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이 안정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이 따른다. 

박양우 전 장관은 정부와 함께 성장하는 게임산업으로 2020년 게임산업중장기계획을 공개하고 게임업계 관계자와 관련 협단체와 의견수렴을 지속해왔었다. 여기에 세제 혜택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해 ‘친게임 장관’이라 불리기도 했었다.  

박 전 장관 임기동안 체육분야 전반에 이래저래 사건사고가 터지고 체육정책에 불순한 의도가 의심되면서 체육계가 시끄러웠었다. 이로인해 여당의 체육실세와의 학연 지연을 따져가며 정치적 의도 찾기가 한창일 때, 체육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인 문체부도 국정감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의 박양우 전 장관은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으로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체육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은 장관의 대책없는 발언이라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온전한 문체부 조직의 회복을 위해 현장을 뛰었던 박 장관의 행보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22개월 임기를 아쉽게 마무리하였다. 

지난 10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됐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에 이미 침체되어있는 문화체육계를 살려내야하는 과제가 크기에 신임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때가 때인만큼 코로나19로 옴짝들싹 못하는 문화고립도 골치아픈 과제가 되었지만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여기저기 말이 참 많아 시끄럽다. 청문회 당시 상식적으로 납득이되지 않는 의혹들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황 장관은 도시계획, 도시재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학력과 경력, 그 간의 언행까지 들쑤셔‘문화체육관광’ 경력직 장관이 아니라는 점을 최대 약점으로 잡았다. 필자는 말도 많고 탓도 많은 장관 임명에 뒤따르는 여러 의혹들로 한 사람의 도덕성에 대해 감히 비난하거나 논하고 싶지만은 않다.  

여야 의원끼리 후보자 이력을 털어내어 격렬한 공방을 벌이던 청문회도 불편했다. 잘 버텨낸 후보자를 여당 단독으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고 임명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장관 될 사람의 자질과 역량을 진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아닌 정부 흠집내기와 내 사람 편들어주기에 의원들 쌈박질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모여 앉기만하면 핏대세우는 의원들을 보고있자니 쌈닭들 뽑아놓은 우리들 잘못이려니 후회스러울 때가 많다.   

도시계획, 도시재생 전문가로 인정받는 황 장관을 사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였기에 무조건 밀어주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매우 객관적으로 문화예술계에 몸 담아 먹고사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황 장관의 이력이 문체부 조직을 지휘하는 데에 납득이 가지 않는 이력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문화예술을 여전히 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관점에서 말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여건이 조성되었다. 예술은 이미 오랫동안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환경 안에 자리잡아왔고 조금 더 나아가 도시와 나라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예술을 소소하게 경험하고 있다.  

도시계획, 도시재생에서의 문화예술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스페인 북쪽 지방의 발바오를 예시로 많이 든다. 원래 발바오는 철강과 조선 사업을 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래된 산업구조 속에 도시는 오염되어 어두운 환경들이 자리잡으면서 쇠퇴한 도시가 되었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이 자리잡으면서 발바오는 회복된 도시가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발바오 효과’라고 말한다. 도시계획은 더 이상 토목이나 건축에 의해 부숴지거나 지어지는 물리적인 도시만을 말하지 않는다. 도시에 사는 사람을 위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를 포괄한다.

이미 검증된 문화예술의 도시변화를 나는 기대한다. 전 세계 여러나라가 문화로의 도시재생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곳곳에서 다양하게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문화예술이 주축이 되어 도시, 국가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 활기를 전한다면 이보다 더 기대할만한 것이 어디있겠나 싶다. 다만, 지금은 문화예술의 도시변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문화체육계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신임 장관의 최대 강점을 살려 ‘소통’을 기반한 현 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의 수습만이 다가 아니다. 스포츠 인권에 대해서도 체육계 뿌리 깊이 내린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게다가 여행관광업은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회복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문체부가 나서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여러 의혹과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국민들은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국민들의 외침에 귀기울이고 진중한 태도로 상황을 바로 보고나서 비난도 질책도, 맡은 바 일을 좀 해가며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14일 황 장관은 취임 이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직접 공연예술 현장을 뛰어들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시점에 장관이 히어로도 아니고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로 뛰는 장관’이 되겠다는 각오 아래 현장의 의견들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이었다.  

정치적 이념도 좋고 여야 대립도 이해한다. 벌려놓은 사건사고 뒤치다꺼리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암흑에서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만전을 다했듯이 황희 신임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19에 대응해 문화체육관광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불편하지만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전문성과 자격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길 바라며 코로나19 생존위기에 국민들이 부여잡을 수 있는 선택이었기를 알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