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밤에 가고 싶은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밤에 가고 싶은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1.02.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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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코로나로 침체된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야간 관광에 거는 기대가 높아졌나 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자체 별로 야간관광 100선을 정하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자체별로 야간 명소화 사업도 활발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인천시는 ‘밤이 더 멋진 인천 만들기’로 다양한 야간경관 개선 및 명소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강릉, 대구, 광주, 진주, 아산 등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밤을 아름답게 밝히느라 여념이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소규모의 사람들이 한적한 곳을 찾아다니며 코로나로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위로 받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림으로서 비대면의 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도시마다 아름다운 야경이 조성 된다는 것은 관광 활성화에 의한 경제적 이득 이전에 안전해 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몰 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질 기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고유의 가치, 아름다움이 훼손될 수 있으며 빛공해에 의한 피해나 기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정한 야간관광 100선을 살펴보면 산이나 강, 바다, 호수변 등 대부분 자연 경관 요소로 빛공해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행궁이나 읍성과 같은 문화재도 눈에 띠는데 여기에는 보존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야간경관사업을 보면 더 큰 우려가 남는다. 경관요소의 가치나 주변과의 관계에 대한 정의 없이 도시의 경관을 하나의 오브제로 다룬다거나 과도한 빛공해의 주인공이 되어 거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다가 슬그머니 전원을 내리는 사업도 꽤 많은 듯하다. 

이러한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몇몇 중요한 것들이 간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간과하는 부분인데 - 야간경관을 정의할 때 일반적으로 일몰 후부터 일몰 전까지를 시간적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다.

야간경관은 분명히 인공조명에 의해 드러나는 경관이므로 어딘가에 조명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폴이나 볼라드 혹은 투광등, 지중등 등 어떤 형태의 조명기구이던 어딘가에 설치되어 주간 경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고즈넉한 산책길에 자동차 도로에서 본 가로등이 서 있다거나 고택의 처마를 비추기 위한 투광등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고택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건축물에 빔 프로젝션이나 레이져를 이용하여 화려한 영상연출을 하고 있는데 프로젝터, 또 음향이 더해질 경우에는 스피커와 같은 기기는 매우 큰 부피를 차지하고 이들을 위한 구조물은 위치나 형태에 대한 검토가 없어 주간 경관을 해치게 된다.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구조물인 경우 문제가 덜하지만 장기간 야간경관 명소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이러한 구조물을 포함한 주간의 경관을 반드시 검토해야할 것이다. 

두 번째로 야간경관의 지속가능함이다. 여기에는 고효율이나 적은 에너지의 사용도 포함되지만 유지관리 및 운용에 대한 지속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 모든 인공조명은 수명이 있어 반드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전통 광원보다 훨씬 효율 좋고 수명이 긴 엘이디가 주요 광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점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변기기는 다른 교체주기를 갖을 수 있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점등오류나 컨트롤을 원격으로 가능해 졌으므로 적정한 예산을 반영하여 지속성 있는 명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덧붙여, 좋은 프로그램으로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설치하고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없어 이용하지 못한다거나 미디어 파사드의 경우 컨텐츠에 대한 비용이 계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여 좋은 시스템을 설치하고도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매우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끝으로 우리가 야간경관에 사용하는 도구는 빛이 아니라 조명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양과 질을 정할 수 없는 밝음을 빛이라고 하고 밝음이 고유의 양과 질적인 특성을 갖었을 때 조명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도시의 야간경관을 위해 필요한 양-밝기-과 적정한 질 - 조사 각도, 범위, 방향 등 -을 정해야 하며 제대로 정해졌는가에 대한 관심도 갖어야 한다. 

과한 밝기는 눈부심을 일으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며 잘못된 빛의 방향은 빛공해가 될 수 있다.

어떤 지자체에서 시행한 여성안심 골목길 사업을 예를 들면, 좁은 골목길이라는 환경의 특성상 전신주의 외등 대신 담벼락에 벽부등을 설치하였다. 경험상 사유 재산(민간소유주택)에 공공의 설치물(조명기구)을 설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민과 관의 다양한 배려와 이해, 양보의 과정이 기특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문제는 설치 위치와 광량이었다. 담벼락의 높이가 낮아 조명기구는 눈높이 보다 조금 높게 설치되었고 광량은 지자체 가이드라인의 바닥 조도 기준에 맞추어 정했을 것이다. (그렇기를 바란다) 절전을 위한 스마트 가로등은 사람의 움직에 따라 순간적으로 점등되면서 보행자에게는 섬광처럼 비추어 순간적으로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 골목길에 면한 창문들은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창 밖의 점,소등으로 인한 빛이 공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지역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조명기구를 계획하고 스마트한 조명을 스마트하게 사용한다면 야간경관 개선사업에서 이미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의 야간경관 사업이 고유의 모습이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도시의 밤을 걸으며 위로 받고 엄지를 추켜세우며 지지할 수 있는 사업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