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의 시대적 역할 변화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의 시대적 역할 변화
  • 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1.02.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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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우리나라 문화재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으로 문화재청이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로 크게 구분된다. 

국보 1호로 지정된 숭례문이나 국보 제20호 불국사 다보탑처럼 형체가 있는 것을 유형문화재라 한다. 유형문화재의 가치와 보존 중요도에 따라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으로 분류하고 지정번호를 부여 관리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온 예능과 기능 가운데 예술상 가치가 높고 보존이 필요한 것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판소리 등이 있다.

이와같은 귀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1961년 문화재법으로 제정 관리하였다가 2016년 부터는 무형문화재 만을 대상으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무형문화재법)로  분리하였다.

무형문화재 해당 종목을 본질적 특성대로 전승하는 대표자를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예전 인간문화재)라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부터 온전히 기·예능이 전승될 수 있도록 3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 가운데 국가시험을 거쳐 이수자가 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교육을 보유자 혼자서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5년 이상된 이수자 가운데 보유자를 대신하여 전수교육을 실시하는 사람으로 전수교육조교를 두게 된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은 146개이며, 보유자는 172명, 전수교육조교는 271명, 이수자는 6,526명이다.

2020년 12월 10일. 무형문화재법이 개정 시행되었다. 법 개정에 따라 전수교육조교가 전승교육사로 명칭이 바뀌고 주어지는 역할이 달라진 것이다. 즉, 전승교육사(구 전수교육조교)로부터 3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도 이수자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게 된 것이다.

법 개정 이유로는 일부 종목에서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이수자 양성과 전수교육추천권 등 권한이 집중됨에 따라 문화 권력화 현상이 심화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다는 것도 있다.

2015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일본 문화청에서 문화교류사(文化交流使)로 파견된 일본 음악가의 공연이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 전통예술이자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가쿠(能樂)에 사용되는 노칸(能管) 연주자 후지타 로코로뵤우(藤田六郞兵衛)의 렉처콘서트였다.

후지타씨는 노칸 연주의 3대 류파 중 하나인 후지타류(藤田流) 11대 종가로서, 5살부터 노가쿠 무대에 섰으며 15세 무렵에 주요 노가쿠의 무대에 섰으며 별도로 성악을 전공하여 뮤지컬과 오페라무대에 섰다고 한다. 

당시 후지타씨의 렉처콘서트를 보며 연주자이면서도 노가쿠에 대한 해박한 지식, 430년 된 노칸의 악기 설명, 재미있는 연주곡 해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본 문화청에서는 문화교류사(文化交流使) 제도를 두어 예술가 등 일본 문화와 관련된 사람들을 일정기간 지정하여 외교부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외국에 파견 교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도 까지 전통음악이나 무대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예술가 143명, 26개 단체를 88개국 이상에 파견하고 있어 일본 전통문화예술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화교류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연주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종목의 역사, 문화적 가치, 예술적 특성 등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될려면 실기(70점)와 더불어 종목의 이해(30점) 시험에서 통과해야 한다. 종목의 이해는 종목의 역사, 특성, 내용, 구성 등에 관한 구술시험이다.
 
이수자는 전수교육을 3년 이상 이수한 사람은 문화예술 교육사(2급) 자격이 인정이 되며 문화예술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교, 공연장,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등 국공립 교육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수자를 배출할 수 있는 전승교육사(구 전수교육조교)는 실기(40점), 종목의 이해도(5점), 리더십 및 교수능력(5점), 전승활동(20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인정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가중요무형문화재는 이제 한국의 문화자산일 뿐만 아니라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국가무형문화재로서 국가적 위상과 권위에 못지 않은 투철한 국가관과 문화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이 더욱 강조되고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기·예능의 실기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해당 종목의 역사성, 가치성, 예술성 등에 관해 전문적 식견이 갖춰져야 한다.

이와같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지난해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수행하였다. 주된 내용 중 하나는 사회적 요구와 책무에 따라 신규이수자교육과정 및 핵심과정, 신규전승교육사교육과정 및 핵심교육과정 등을 통해 전승교육에 필요한 정신적 자세와 해당 종목의 식견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은 이제 단순히 종목 전승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과 지역문화예술교육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이해시키는데 있어 무형유산 전승자들의 실기뿐만 아니라 종목의 이해도에 대한 체계적 설명이 요구된다.

전승교육사로서의 명칭과 역할 변화는 단순히 이수자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국가무형문화재를 전승하고 있는 전수생, 이수자, 전승교육사, 보유자 등 모두에게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 문화청의 문화교류사처럼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자기 해당 종목의 실연과 멋진 해설로 한국 문화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주는  진정한 국가대표 전승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