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시작》 展 개최
《이불-시작》 展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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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 5.16.(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세계적인 작가 이불의 초기 활동 시기, 1987년부터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발표된 ‘소프트 조각’, ‘퍼포먼스 기록’에 관한 전시
작가 이불의 시작점과 당대의 시대감각 돌이켜보고 누락된 해석, 사회 문화적 맥락 고찰 시도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작가 이불의 개인전《이불-시작》을 3월 2일(화)부터 5월 16일(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개최한다.  

▲이불,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불,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2020년 전시의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준비된 이번 전시에서는 이불 작가 초기 활동의 ‘퍼포먼스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최초로 공개되는 드로잉 50여 점과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재제작한 참여형 조각 1점, 퍼포먼스 비디오와 사진기록 70여 점, 조각과 오브제 10여 점이 소개된다.

당대의 여성 작가이자 청년 작가였던 이불의 지난 작품과 자료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 창작에서 교육 제도의 한계, 근현대사를 성찰하는 현대미술의 역할, 여성과 여성 신체를 재현하는 방식 등 사회적 의제를 상기시킨다.

《이불-시작》展은 작가가 초기 활동을 시작했던 1987년부터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발표했던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전시실 1은 작가 이불의 ‘소프트 조각’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의 조각 전통을 탈피하기 위해 소프트한 재료와 함께 인체의 재현 방식을 실험하던 대학교 재학 시절 작품 관련 기록과 드로잉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1988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이고 2011년 재제작한 <무제(갈망)> 연작과 <몬스터: 핑크>를 포함한 조각 3점은 사람의 살처럼 부드럽고 꿈틀거리는 불완전한 존재를 재현한다. 이와 관련한 드로잉 작품 6점에는 퍼포먼스에서 감지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움직임과 에너지가 표현되어 있다. 

전시실 2는 ‘퍼포먼스 영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거대 블랙박스이다. 이불은 1988년 <갈망>부터 1996년 <I Need You(모뉴먼트)>까지 총 33회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실연했다. 최소의 편집으로 보존된 12점의 영상 기록과 함께 시대적 풍경을 현재화하는 요소로 ‘바람’이 제시되는 이 전시실에서는 이불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 조각을 입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출현하는 방식의 초기 퍼포먼스는 점차 상징적인 기호와 정치적 함의를 지닌 오브제와 캐릭터가 등장하는 비판적 퍼포먼스로 이행한다.
 
이불의 퍼포먼스는 1988년 첫 개인전을 발표한 이후부터 사람의 움직임과 행위를 통해 ‘소프트 조각’ 개념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폭발적으로 발표한 일련의 퍼포먼스에서는 소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고, 방독면을 쓰거나, 둔부를 과장한 레슬러 복장의 캐릭터들을 통해 상실한 대상에 대한 애도의 내면화 과정을 겪는다. 

이렇게 계속해서 변신하는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지속적으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을 질문한다. 초기 10여 년간 변모하는 여러 작품 관련 기록을 통해 우리는 이불의 퍼포먼스가 비판적인 장소로 거듭나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0, 서울과 도쿄에서 12일간 퍼포먼스, 《제2회 일·한 행위예술제》(사진=작가제공)
▲1990, 서울과 도쿄에서 12일간 퍼포먼스, 《제2회 일·한 행위예술제》(사진=작가제공)

전시실 3은 ‘기록’에 관한 전시이다. 이 전시실에서는 사진 기록 60여 점, 미공개 드로잉 50여 점, 오브제와 조각 10여 점 등 풍부한 작품과 자료를 통해 이불의 퍼포먼스를 더욱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30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도 같은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이 빼곡하게 전시된 이 공간은 완결된 사건과 역사에 대한 ‘기록’으로서 퍼포먼스의 의미를 환기한다. 

전시장에서 소개하는 사진 기록은 지난 퍼포먼스 기록 사진의 거친 특성을 그대로 보존해서 영상으로 기록되지 않은 여러 미술적 활동을 소개한다.

전시실 3의 공간은 하나의 면을 여러 프레임으로 분절하거나, 하나의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전시 방식은 해당 이미지가 전달하는 정보를 인지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편, 4월 중에는 이불의 초기 작품을 연구하는 에세이, 사진기록과 자료 등이 수록된 450여 페이지의 모노그래프가 출간된다. 출판물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퍼포먼스 중심의 초기 작품을 통해 작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에 위치한 아트서점 더레퍼런스에서 구입할 수 있다.

모노그래프는 ‘여성의 신체’, ‘문화 정치적 공간’, ‘근대성의 바깥’ 등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여러 미술인의 새로운 에세이와 함께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지난 원고가 선별되어 재수록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본 출판물을 통해 작품과 자료를 발굴·보존하고 부재하는 해석을 제시하며,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유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미술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한국미술의 본격적인 국제화 작업을 위해 봄디아 베를린, 미디어버스 서울 간의 공동출판을 하고 국내 작가에 관한 연구 서적의 전 세계 유통을 통해 한국미술의 본격적인 국제화 작업을 실행하고자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 기간 중 전시 트레일러, 작품설치 과정, 전시 전경 등을 담은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을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불 작업의 모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며, “초창기 이불 작가의 활동을 복기하면서 작가의 현재 작업은 물론이고 지나간 시대의 문화적 자원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이불의 작품은 여전히 앞서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