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술관에 갑니다(We go to the gallery)』
신간, 『미술관에 갑니다(We go to the gallery)』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3.05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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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당, 신간 번역 출간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 돕기 위한 책
쇠똥구리 출판사(Dung Beetle Books)의 ‘배움책 시리즈’ 중 첫번째 도서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열화당이 신간 ‘미술관에 갑니다(We go to the gallery)’를 출간했다.

▲신간 ‘미술관에 갑니다’ 표지(사진=열화당)
▲신간 ‘미술관에 갑니다’ 표지(사진=열화당)

오래전 교과서 속에 나란히 등장했던 ‘철수’와 ‘영희’를 기억할 것이다. 한국의 어린이상을 대표하는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이번에 번역 출간된 『미술관에 갑니다(We go to the gallery)』는 우리나라의 ‘철수, 영희’와 비슷한 ‘존’과 ‘수전’이 등장해 엄마를 따라 전시를 관람하면서 현대미술의 의미를 찾고 이해하는 대화체로 이루어진다.

모범적이고 단란해 보이는 이 세 가족이지만 그들의 대화는 심상치 않다. 페미니즘, 신의 죽음, 벤처 자본가, 서구 문명의 악취, 전쟁과 피 등, 어린이 책에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난무한다.
 
‘미술관에 갑니다’는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방송인 미리엄 엘리아(Miriam Elia)가 세운 쇠똥구리 출판사(Dung Beetle Books)에서 선보이는 ‘배움책 시리즈’ 중 첫번째 도서이다. 선명한 색채의 삽화와 짧은 대화체로 구성되었고, 책 끝에는 본문에 쓰인 낱말 60개를 수록해 교육용 책의 성격을 살렸다. 분량이 적기 때문에 얼핏 가벼운 그림책이라 판단할 수 있지만, 저자가 꾸려 놓은 은근한 풍자와 블랙 유머를 따라가다 보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레이디버드 시리즈 형식 자체를 오브제처럼 가져와 하나의 패러디 작품으로 기획했다. 쇠똥구리 로고는 레이디버드의 무당벌레 로고가 연상되고, 책의 장정과 구성 방식, 시리즈 번호,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수채화풍의 삽화 등도 유사하다. 

책의 맨 앞과 끝에 수록된 출판사, 시리즈, 저자에 대한 소개도 실제 정보가 아니라 저자가 설정한 가상의 내용이다. 예를 들어, 저자의 출생지나 학력 대신 ‘MSC, RAC, AIDS’ 같은 그럴듯해 보이는 약자를 제시하고(각각 이학 석사, 영국의 자동차 보험회사,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약자로, 저자 정보와는 동떨어진 의미이다), 남매 사이이자 공동 저자인 에즈라 엘리아(Ezra Elia)를 “자기혐오와 글쓰기 전문가”로 소개함으로써 학위나 자격 등이 줄줄이 나열되는 세태를 꼬집는다. 

또한 5세 미만을 위한 책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온전하고 행복하고 모순된 삶으로 미래 세대들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한다. 이처럼 전혀 조화롭지 않지만 천연덕스럽게 위치해 있는 표현들을 통해 이 작은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의 세계로 유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