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학의 바이 더 웨이, 디지털!(By the way, Digital)]사이버Cyber는 빵이다
[김정학의 바이 더 웨이, 디지털!(By the way, Digital)]사이버Cyber는 빵이다
  •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 승인 2021.03.17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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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변화의 문화현장②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오태영의 희곡 『빵』(1984)을 보면 빵은 다양하게 정의되어, 무대 위에서 거대담론을 이끌어낸다. 특히 극의 시작인 사미승과 노승의 대화는 압권이다. 그 ‘빵’에 주목해보니, ‘사이버’가 이해된다고 하면 믿으실런지.

사이버(cyber)란 현실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주로 인터넷 같은 통신환경을 통해 정보가 교환되고 공유되는 세계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사이버뮤지엄은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소장품을 멀티미디어 정보로 전환, 데이터베이스에 보존하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개하는 사이버뮤지엄은 기존의 뮤지엄(Real Museum)에 변혁을 요구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료의 영구보존이라는 명제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라는 개방이 동시에 가능한 뮤지엄의 미래에 대해 큰 숙제를 던져준 것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사이버문화는 컴퓨터와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든 결합되어 있는 거의 모든 사회현상을 말한다. 

사이버란 접두사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라는 말에 유래한다. 미국의 천재전기공학자인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는 1948년에 ‘동물이나 기계에서 이루어지는 통제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문’이라는 현대적 정의를 내렸다. 공상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1982년 그의 데뷔작인 『뉴로맨서 Neuromancer』에서 미래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쓴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말과 개념이 유명해졌고, 다른 용어의 탄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이버가 붙은 단어는 보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을 지칭하는 경향이 있게 된 것이다. 사이버가 붙은 단어들이 폭증하게 된 이유는 1990년대의 닷컴(dot com)붐 때문이지만, 대부분 독특한 온라인 관행이나 경험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시대의 변화에 앞서 적응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라 자연스레 사이버문화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방법을 뛰어넘는 다양한 미디어와 논리로 만들어진 디지털 자료로 고전적 의미의 뮤지엄과 온라인 뮤지엄의 시너지 효과를 표현하고 있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예를 들면,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감상한 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유유히 바라보고는 자기만의 명작컬렉션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전하는 등, 우리는 사이버뮤지엄에서 마우스를 가볍게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왼편에서부터) 공상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 미국 천재전기공학자 노버트 위너, 소설가 조지 오웰, 극작가 오태영
▲(왼편에서부터) 공상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 미국 천재전기공학자 노버트 위너, 소설가 조지 오웰, 극작가 오태영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인터넷뮤지엄, 디지털뮤지엄, e-뮤지엄, 온라인뮤지엄, 하이퍼뮤지엄, 웹뮤지엄, 가상뮤지엄 등은 모두 비슷한 기능을 하는 사이버뮤지엄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뜻하는 말)들은 모바일 환경과 SNS 활동이 익숙하고 일상적이므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 전시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럴수록 사이버뮤지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지 모른다. 다시 말해서, 사이버뮤지엄을 통해 많은 수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사물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버 1세대는 주로 온라인상에서의 디지털 아카이브와 홍보 기능에 한정돼 있었다. 2세대는 상호 소통이 추가되고, 이제 3세대는 ‘벽’을 넘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빅 데이터, 인공지능, 머신 러닝, 로봇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3.0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섬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의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이용자가 익혀야 할 IT기술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매우 ‘스마트’해지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래도 기술은 디지털이되, 감동은 아날로그로 지켜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노멀은 가고 뉴노멀의 시대가 왔다고 하고, 4차 산업혁명은 융합과 복합이 만들어 낼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그리고 통합-융・복합-통섭-하이브리드 등으로 진행이 되면서 매우 혼란스럽다. 통합은 물리학적 해법, 융・복합은 화학적 해법, 통섭은 생물학적 해법, 하이브리드는 유전학적 해법이다. 디지털의 미래는 이렇듯 굉장히 혼란스럽다.

‘뉴노멀은 노멀을 벗어난 상태에서 뭔가를 기대하는 것이지, 노멀을 지나서 나타나는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다시 노멀을 찾아가는 길, 회복하는 길, 그것을 바람직한 미래라고 보는 것이다. 그 길 위에 ‘사이버’는 든든한 이정표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이버는 『1984』의 ‘빅브라더’가 아니다. 사이버는 ‘빵’이다.

■필자 김정학/ 1959년생.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 등에서 방송사 프로듀서를 지냈으며, 국악방송 제작부장 겸 한류정보센터장, 구미시문화예술회관장 등을 거쳤다. 현재 대구교육박물관장으로 재직 중. 지은 책으로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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