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간절한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울림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간절한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울림
  • 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1.03.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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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식적인 역사기록으로 1145년(인종 23)에 김부식 등이 편찬한 『삼국사기(三國史記)』가 있다. 삼국사기는 본기(本紀)와 연표(年表), 잡지(雜志), 열전(列傳)으로 구성되어 있고, 잡지에 악지(樂志)라 해서 음악에 관한 서술을 해 놓았다.

이 기록을 통해 가야금과 우륵의 이야기, 거문고와 왕산악, 옥보고의 이야기 등 우리나라 음악 역사를 알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신라의 관악기로 대금, 중금, 소금 등 삼죽(三竹)에 관한 소개를 하면서 만파식적(萬波息笛)에 관한 설명이 있다.

고기(古記)에 “신문왕(神文王) 때 동해 가운데에 갑자기 작은 산이 생겼는데, 모양이 거북의 머리와 같고 그 위에 한 포기의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갈라져 두 개가 되고, 밤에는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 그 대나무를 쪼개어 적(笛)을 만들게 하고 이름을 만파식(萬波息)이라 하였다.”고 써있으나 이 말이 괴이하여 믿을 수는 없다.
 
이 만파식적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고려 중기의 일연스님 또한 놓치지 않고 삼국유사에 기록해 두었다. 일연스님은 평생에 걸쳐 당시 전래 되고 있는 민중의 삶에서 구전으로 전해 오는 설화, 민담, 동요 등을 정리 기록해 놓았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만파식적은 더욱 세밀한 상황을 박진감 있게 그려놓아 한편의 극을 보는 것과 같이 읽을 재미를 준다. 만파식적은 월성(月城)의 신라 왕실 보물창고인 천존고(天尊庫)에 보관되었다가 국가의 위급한 일이 있으면 연주를 하였다고 한다. 만파식적을 연주하면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낫고, 가물 때는 비가 오고, 비가올 때는 개이고, 바람이 가라앉고, 물결은 평온해 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 신비스러운 적(笛)을 모든 불안과 위기를 잠재우는 의미에서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 불렀고 국보(國寶)로 삼았다고 한다.

이 만파식적의 이야기는 고대 중국에서도 보이지 않는 우리만의 음악 전설로 가치가 매우 높으며 그만큼 음악에 대한 중요성과 효용성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리에 관련한 음악이야기들이 있다. 중세시대 독일의 하멜른 지방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기반을 만들어진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The Pied Piper of Hamelin)’가 있다. 이 작품은 하멜른 시장에게서 금화 천냥을 받고 쥐를 없애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마법피리를 불어 쥐를 없앴는데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마법피리로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작년 1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 19는 지코로나금도 한치 앞을 가늠해 볼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이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의 영향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예술활동과 관련한 예술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경제 활동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해 보편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국민재난지원금 만을 받고 있다.

작년과 다른 올해 예술가들의 활동 보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무엇이 있는지 국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도 업무계획을 찾아 보았다. 

관련 내용으로 두 가지를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공연할인권 지원 및 안전공연관람 독려, 공연장 대상 감염병 대응 지침 마련 등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비대면 전환으로 공연 영상화와 온라인 케이팝 공연장 제작 지원이다.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현 구조에서 예술가들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부에서는 공연영상화 사업으로의 방향전환인데 전체 예술가 가운데 영상에 대한 실효적 지원을 받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예술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장르에 따라, 연령대에 따라, 기호에 따라 쏠림과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류에 편성되거나 특정 예술가보다는 예술가로서 보편적으로 공연에 설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다. 국민에게는 음악으로 위안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과감한 정책 마련과 실행이 필요하다. 

신라에서의 만파식적은 국운을 살리고자 하는 국가적 의지의 표명이다. 이 어려운 시대 예술가와 국민들이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갖는데 신비스러운 만파식적의 울림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