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비움의 테라피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비움의 테라피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1.03.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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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최근에 오픈한 한 백화점의 방문 고객이 많아 뉴스거리가 되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고 백화점 매출이 떨어져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이 시기에 놀랄 일이다. 주차를 격일제로 운영하면서 방문객의 수를 조절해야할 정도로 사람이 많단다. 

다녀온 사람들의 SNS에는 사람 많아 복잡하고, 식당 대기가 1시간 이상이었다고 불평을 늘어놓아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찾는 신기한 현상이 몇 일째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은 에.루.샤- 명품브랜드 이름의 첫 자를 딴 신조 유행어라고 한다.-를 품지 않으면 백전백패한다는 이론도 비웃듯이 이 백화점에는 럭셔리, 고급, 화려함과 같은 기존의 하이엔드 소매점의 기본 개념 대신 개인의 취향에 맞게 소비하고 다양한 상업적 경험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구성했단다. 서울 최대 면적의 백화점 공간을 판매를 위한 매장으로 채우기 보다는 비우고, 그곳에 자연을 들여 코로나로 지쳐있는 고객들에게 시기적절한 리테일 테라피라는 선물을 주었으니 당분간은 이 현상이 지속되리라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꼽은 이 공간의 성공 요인인 ‘비움’은 사람과 건물, 도로 등이 과밀해져가는 도시에서는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 주요 환경이다.
 
런던의 템즈강과 하이드 파크나 뉴욕의 이스트강과 허드슨강 그리고 센트럴 파크 이런 도시요소들은 말 그대로 도시의 허파의 역할을 하며 그 도시를 쾌적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을 뿐 아니라 자부심까지 갖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게 비워진 공간에서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런던에서 일하는 유명한 조명디자이너가 런던의 야경을 이야기 할 때 현대 사회의 필수 요소인 도시의 빛이 아무리 늘어나도 검게 남아 있는 하이드파크는 런던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매우 자랑스럽다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메가시티 서울에서도 비움은 매우 중요한 도시 경관적 가치이다. 정중앙의 남산과 가로지르는 한강 그리고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역사유산인 궁궐들이 서울의 허파가 되어 채워져 가는 서울의 품위를 지켜주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공동주택마다 공원을 만들고 서울식물원과 같이 도시재생이나 재개발등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많이 비우고 시민에게 돌려주는 공간을 늘여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게 비워진 공간에 나무를 심고 산책길을 만들고 습관적으로 벤치를 두는 것 이상의 노력은 없었다. 
  
사람들이 그 공간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는지. 어떤 행위를 하고 싶어 할지, 또 정서적으로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 그것이 비워진 공간에 대한 컨셉이 되어 그에 맞는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고 또 그를 근거로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서울의 공원들이 좀 더 다양한 모습과 프로그램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잡하다 불평이 터져 나오는 백화점에서도 리테일테라피라며 위로를 받는 코로나 시대에 공공의 공간들은 과연 어떤 위로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일몰 후 서울 시내 공원의 야간환경의 여락함에 대하여 본 칼럼을 통해서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 한 바 있다. 도시 경관의 조명요소 중 장식조명을 경관조명이라 하고 도로나 보행로, 광장, 공원 등의 공간조명은 고전적 의미의 조명으로 분리하여 칭하며 경관조명은 디자인의 영역으로 고전적 조명은 전기의 영역으로 아직도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파트의 거주민은 늦은 밤 퇴근하여 공원을 산책하는 일이 더 빈번한데 길바닥만 비추는 조명에 넘어지진 않아도 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가 없다. 
  
수평조도만 충족하면 그만인 시스템 속에서 수직으로 조성한 환경조형물은 어두워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WEST 8이라는 세계적인 조경설계회사에서 일했었던 한 디자이너가 이런 말을 했었다.
 
“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심지 않는 공원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공원은 개방된 공간을 의미하고 나무와 길이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공원의 기능이 다양해졌는데 그 모습도 당연히 다양해 졌죠. 때론 조경 없이 구조물과 콘크리트 광장으로 공원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  

이제라도 어렵게 비워서 생기는 공공 공간을 신중하게 계획해보자. 다양해지는 공원에 대한 시민의 휴식 취향이 충족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구성해보자. 그리고 그 공간을 낮에도, 밤에도 기대한 바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명도 계획해 보자. 안전한 수평조도 기준을 넘어 안전한 환경에서 매력적인 공원의 모습을 즐길 수 있도록 색다른 모습의 공원을 만들어 보자. 어느 시간이던 공원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파크테라피를 통해 위로와 행복을 얻고 갈 수 있는 그런 공원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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